친환경 소비는 왜 비쌀까 제로웨이스트와 비용의 진실
제로웨이스트와 친환경 소비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 부딪힌 현실은 다름 아닌 ‘가격’이었다. 나 역시 처음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려고 했을 때, 일반 제품보다 두세 배 이상 비싼 가격을 보고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일회용 생리대는 수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지만 생리컵은 수만 원이고, 일회용 수세미는 몇백 원이지만 천연 수세미는 몇 천 원에 달한다. 심지어 무포장 샴푸나 고체 치약, 친환경 세제는 리필임에도 불구하고 정품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
이쯤 되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지구에 좋은 제품은 내 지갑에는 부담이 될까?” “지속 가능한 소비가 왜 이토록 비효율적으로 느껴질까?”
주변 지인들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음은 친환경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못 사겠어’라는 말은 어느새 익숙한 반응이 됐다. 나 역시 카트 안의 유리병 제품을 플라스틱 포장 제품으로 바꾼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는 현상을 넘어서, 왜 그렇게 느껴지고 실제로 어떤 구조적 배경이 있는지를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분석해보려 한다. 그리고 정말 친환경 소비는 항상 더 비싼지, 장기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다루겠다.
왜 친환경 제품은 비쌀까 제로웨이스트 구조적인 이유들
첫 번째 이유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대량 생산 제품은 원재료 단가, 제조 단가, 유통 비용이 모두 낮지만, 친환경 제품은 소량 생산, 수공 기반 생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재료 선택 등으로 인해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고체 샴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합성계면활성제가 아닌 자연 유래 성분을 사용하고, 방부제를 최소화하며,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나 유리 포장재를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 단가뿐 아니라 보관과 배송 단가까지 함께 오른다.
두 번째는 인건비와 생산 윤리의 차이다. 친환경 브랜드들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을 최소화하고, 공정무역 원칙에 따라 생산 과정을 설계한다. 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저렴한 제품들은 다국적 기업의 저개발국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나 환경 파괴가 일어나기도 한다.
세 번째는 리필이나 무포장 시스템 자체의 구축 비용이다.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려면 위생 관리, 고객 응대, 리필 용기 회수 및 소독 등 추가적인 노동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비자 가격에 그 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가 된다.
결국 친환경 제품이 비싼 이유는 단지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싸게 만들고 싸게 파는’ 구조가 아니라, ‘책임 있게 만들고 책임 있는 가격으로 파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장기적으로는 정말 비싸기만 할까 생각보다 다른 제로웨이스트 경제적 진실
친환경 소비가 단기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절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회용 제품이다. 생리컵, 다회용 면 화장솜, 고체 샴푸, 대나무 칫솔, 스테인리스 빨대 등은 모두 초기에 드는 비용은 높지만, 수개월 혹은 수년간 재사용이 가능해 결과적으로는 일회용 제품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내가 직접 실천해본 고체 샴푸의 경우, 초기엔 12,000원이 들었지만 약 3개월 이상 사용했고, 일반 샴푸 대비 훨씬 오래 버텼다. 1회당 가격으로 따지면 오히려 저렴했다. 또 생리컵은 구매 후 4년째 사용 중인데,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저렴하게 월경 비용을 줄였다.
게다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불필요한 소비 자체를 줄이게 만든다는 점도 중요하다. 포장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게 되고, 충동구매가 줄어들며, 장을 보기 전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친환경 소비는 단순히 제품 하나의 가격이 아닌, 소비 습관 전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인 비용 절감뿐 아니라, 삶의 밀도를 높이고 쓰레기까지 줄이는 효과가 함께 온다. 이것이 바로 ‘가성비’가 아닌 ‘가치비(價値比)’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
비용보다 더 중요한 건 선택의 우선순위
친환경 소비는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그 인식은 기존 소비 시스템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너무 익숙하게 최적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싸게, 편하게 소비해온 뒤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 비용,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해양 생물의 피해 같은 문제들은 개인이 직접 지불하지 않기에 외면되기 쉽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라는 행위에 책임을 묻는 태도’다. 그리고 그 책임은 때로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부담이 아니라, 나 자신과 지구 모두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관점은 달라진다.
친환경 소비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다. 누구는 생리컵을 쓰고, 누구는 리필샵을 이용하며, 누구는 무포장 마트를 찾는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실천보다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나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의지다.
비용이 고민된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텀블러 하나, 손수건 하나, 불필요한 포장 하나를 거절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지구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선택이 쌓여 진짜 변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