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비교 및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본 평가
친환경 소비가 식생활이나 쇼핑 습관을 넘어서 화장품과 뷰티 제품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이었다. 매달 사용하는 스킨케어, 클렌징, 메이크업 제품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고, 다 쓰고 나면 쓰레기로 버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 구조 속에서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는 화장품은 없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나는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들을 찾아 하나씩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사용감만 좋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의 원료부터 패키지,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브랜드들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실제 사용자가 많고 환경적 가치를 내세우는 대표적인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3곳을 중심으로 비교하고, 각각의 강점과 한계,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의 실질적인 평가를 정리해보려 한다.
화장품 소비는 단순한 미용이 아니라 일상 속 반복 소비의 대표적 예시다. 그래서 그 선택이 바뀌면,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브랜드 비교 플리츠마마 뷰티, 러쉬, 멜릭서
① 플리츠마마 뷰티
플리츠마마는 원래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최근 ‘플리츠마마 뷰티’라는 친환경 화장품 라인을 론칭하며 화장품 시장에도 진입했다. 이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PCR(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용기, 용기 회수 시스템, 그리고 친환경 인증 성분만을 사용하는 처방이다.
특히 파운데이션, 크림류, 미스트 등은 리필형으로 출시되어 한 번만 용기를 구입하고, 이후에는 내용물만 추가 구매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사용 후 빈 용기를 수거 신청할 수 있어, 실제 폐기물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보면 ‘플리츠마마 뷰티’는 제품보다 유통 구조를 혁신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며, 환경을 고려한 뷰티 소비의 현실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② 러쉬(LUSH)
영국 브랜드 러쉬는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친환경 뷰티 브랜드 중 하나다. 고체 형태의 샴푸바, 클렌징 바, 베스밤 등 포장 없는 ‘네이키드(Naked)’ 라인이 강점이다. 러쉬의 모든 제품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며, 자연 유래 원료 사용, 윤리적 조달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공병 5개를 매장에 가져가면 무료 마스크팩 1개를 증정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한다. 다만 일부 제품은 여전히 플라스틱 포장으로 제공되며, 전성분에 대해 민감한 사용자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러쉬는 ‘제로웨이스트 뷰티’라는 개념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이미 그 가치를 실천해온 브랜드로, 환경 감수성과 브랜드 철학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③ 멜릭서(Melixir)
멜릭서는 한국에서 성장한 비건 뷰티 브랜드로, 동물성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비건 인증을 받은 스킨케어 제품을 주로 선보인다. 특히 멜릭서는 미국 EWG 그린 등급 원료만을 사용하며, 친환경 패키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장재는 FSC 인증 종이, 콩기름 잉크, 생분해 소재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리필 리퀴드 파우치 형태로 제공된다. 그러나 리필이 가능한 제품군이 아직은 제한적이고, 플라스틱이 완전히 배제된 구조는 아니다.
멜릭서는 브랜드 스토리와 윤리적 소비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며, 젊은 소비자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있어서는 포장 최소화와 성분 투명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의 평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
세 브랜드 모두 환경을 고려한 생산과 소비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제로웨이스트라는 핵심 가치 측면에서는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플리츠마마 뷰티는 리필 중심 구조와 회수 시스템이라는 유통 체계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고, 러쉬는 ‘고체화 + 무포장’이라는 제품 구조의 전환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 멜릭서는 성분과 포장재의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두며,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접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이상적인 화장품 브랜드는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각 브랜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면 러쉬, ‘윤리적 조달과 생산 구조’를 중시한다면 멜릭서, ‘회수 가능한 유통 구조’에 매력을 느낀다면 플리츠마마가 적합할 것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반복되는 소비 구조를 조금씩 바꾸고,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각하며 실천하는 태도다. 그래서 화장품도 더 이상 단순히 피부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지구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화장품 하나로 시작하는 지속 제로웨이스트 가능한 변화
이제는 더 이상 ‘친환경 화장품’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화장품이 플라스틱 포장재에 의존하고,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이 아니라, 내가 매일 사용하는 소비재를 통해 반복되는 낭비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화장품은 그런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좋은 출발점 중 하나다.
친환경 화장품은 아직까지 가격이나 접근성, 사용성 면에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는 의미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 내가 쓰는 화장품 하나가 환경을 배려하고, 동물을 보호하며,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실천이자 참여다.
이제 화장품을 고를 때 피부 타입만이 아니라, 지구와의 관계도 함께 고려하는 시대다. 제로웨이스트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사용하는 스킨 하나, 립밤 하나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