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친환경 비누 만들기 체험기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한 후, 욕실에서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샴푸, 바디워시, 클렌저까지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고, 다 쓰고 나면 버려지는 구조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바꾸기 쉬운 게 비누였다. 액체형 바디워시 대신 고체비누를 쓰면 플라스틱 용기가 사라진다는 단순한 이유로 바꾸기 시작했지만, 시중의 고체비누들도 원료나 포장 방식에서 100% 만족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에서 천연 비누 만들기 워크숍 소식을 접했다. 평소에 DIY에 관심도 많았고, 내가 쓸 비누를 내가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바로 신청했다.
이 글에서는 비누 만들기 워크숍의 전체 과정, 사용 후기, 그리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친환경 고체비누 만들기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공유해 보려 한다. ‘비누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했던 시절의 내가 이 글을 읽었다면, 아마 욕실이 먼저 달라졌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고체비누 만들기 과정: 천연 재료로 비누를 직접 만들다
내가 참여한 워크숍은 소규모 수업으로 진행되었으며, 1인 3개 정도의 비누를 만드는 실습 중심이었다. 사용된 비누 베이스는 식물성 글리세린(GMP) 기반의 천연 원료였고, 주재료는 다음과 같았다.
천연 비누 베이스 (무향, 무색)
오일류 (올리브유, 시어버터, 코코넛오일 중 선택)
에센셜 오일 (라벤더, 티트리, 유칼립투스 중 선택)
천연 첨가물 (말차가루, 숯가루, 건조 허브)
몰드(비누 틀), 계량컵, 실리콘 주걱, 중탕기, 스프레이용 에탄올 등
진행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먼저 비누 베이스를 중탕으로 녹인 뒤, 원하는 오일과 향료를 순서대로 넣고, 계량해 가며 고르게 저어주는 과정이 핵심이다. 여기에 천연 첨가물로 색감을 입히면 외관도 훨씬 고급스러워진다.
실제로 나는 숯가루와 티트리 오일을 조합한 피지 케어용 비누, 라벤더+시어버터 조합의 보습 비누, 말차+코코넛 오일의 부드러운 세안 비누 총 3가지를 만들어보았다.
몰드에 붓고 1~2시간 자연건조 후 틀에서 빼내면 완성. 이후 3~5일 정도 더 건조시키면 사용 가능하다. 포장 없이 그대로 말려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필요 시 한지나 헝겊을 사용해 재포장하면 제로웨이스트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전체 과정을 통해 느낀 건, 비누 하나에 들어가는 원료와 선택지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조합에 따라 기능이나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비누 하나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나만의 레시피가 담긴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제로웨이스트 비누 사용 후기: 일상에서 느낀 고체비누의 변화
직접 만든 고체비누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제작 후 약 1주일 뒤였다. 가장 먼저 사용해본 건 숯가루+티트리 조합 비누로, 세안용으로 사용했을 때 피지 컨트롤 효과와 뽀득한 마무리감이 인상적이었다.
폼클렌징처럼 풍성한 거품은 아니지만, 적당한 거품과 함께 세정력은 충분했다. 인공계면활성제가 없는 만큼 자극이 없었고, 특히 트러블 부위에 사용할 때 따가움 없이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보습용 라벤더 비누는 샤워용으로 사용했는데, 씻고 난 뒤 당김이 덜하고 은은한 향이 오래 남았다. 피부가 민감한 편인 나에게도 전혀 자극이 없었고, 거품망 없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질감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용기 없이도 깔끔하게 사용 가능한 점이 큰 장점이었다. 선반 위에 올려두고 자연 건조만 하면 되고, 보관할 때도 별도 용기가 필요 없으니 습기 걱정도 줄었다. 특히 여행 갈 때 파우치에 하나 넣어가면 샴푸+클렌징+바디워시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다용도템이 되어버렸다.
단점이라면, 습기가 많은 욕실에 둘 경우 바닥이 눅눅해지거나 쉽게 무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따라서 사용 후에는 물기를 제거하고, 비누 받침대 위에서 통풍이 잘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고체비누는 처음엔 낯설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편리함, 실용성, 환경적 이점을 모두 갖춘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가는 제품이 되었고, 다 쓴 뒤 다시 만들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시작점 친환경 비누 만들기의 의미
이번 비누 만들기 체험은 단순한 DIY 활동을 넘어, 내 일상의 소비 구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에 당연하게 쓰던 액체 제품들과 그것들이 남기는 용기 쓰레기, 화학성분, 소비 루틴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체비누 하나를 만들면서 재료 선택, 사용 방식,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환경과 나를 함께 고려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매우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경험으로 남았다.
또한 이 경험은 나만의 취향을 더한 제품을 만드는 즐거움까지 함께 주었다. 내 피부 타입, 선호 향, 용도에 맞게 조합할 수 있는 점은 일반 시판 제품이 주지 못하는 맞춤형 만족감을 주었고, 이런 선택이야말로 진짜 ‘가치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연장선으로 고체비누 만들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고, 결과물도 실용적이며, 선물로 주어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 중이라면 고체비누 만들기처럼 작고 확실한 변화부터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그 작은 변화가 욕실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고, 결국엔 삶의 태도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