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환경 동아리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취재기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지만,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년층은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천 방법이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진행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은 그 자체로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 이 캠페인은 해당 학교의 환경 동아리 ‘지구를담다’가 기획한 것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체험해보고, 그 의미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참여형 프로젝트였다.
나는 이들의 활동을 직접 취재해보며,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서는 에너지와 고민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캠페인은 단순히 '환경 보호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왜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손글씨로 쓴 피켓과 직접 제작한 천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텀블러를 든 학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그 장면은 분명 낯설지만 아름다운 변화의 한 장면이었다. 작은 실천이 모인 그 공간은, 대학이 사회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이 글은 캠페인이 펼쳐진 그날의 현장, 활동의 실제 내용, 동아리 구성원들과의 대화, 그리고 내가 느낀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가능성과 한계를 기록한 취재기다.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현장 방문 일회용 없는 하루 만들기
‘지구를담다’가 주최한 이번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은 교내 중앙광장에서 진행되었다. 주제는 “일회용 없는 하루”로, 학생들이 하루 동안 직접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대체품을 사용해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행사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었고, 참여 부스는 총 다섯 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각의 부스는 ① 다회용기 체험존, ② 제로웨이스트 키트 만들기, ③ 분리배출 퀴즈 이벤트, ④ 캠페인 인증 포토존, ⑤ 친환경 제품 소개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회용기 체험존이었다. 이 부스에서는 실제 텀블러, 손수건, 밀폐용기 등을 체험할 수 있었고, 이용 후 세척까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세면 공간과 간이 세척대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단순히 “이게 좋아요”가 아니라, 직접 써보고 판단하게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제로웨이스트 키트 만들기 부스에는 줄이 길었다. 손수건, 대나무 칫솔, 천가방, 고체 비누 등을 직접 골라 조합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은 ‘내가 만든 키트를 들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실천 유도 방식’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참여 학생들은 “일회용품을 꼭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체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고, 캠페인 진행을 맡은 동아리원은 “누군가 이 체험 이후 텀블러를 한 번 더 꺼내 들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천을 전제로 한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홍보보다 훨씬 깊이가 있었다.
동아리 인터뷰하기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어려움, 그리고 방법 찾기
캠페인 종료 후, 환경 동아리 ‘지구를담다’의 기획팀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3학년 환경공학과 학생으로, 이번 캠페인의 전체 기획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를 외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실천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리 내부 회의에서는 “행사 후에도 실천이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캠페인 종료 후에도 구성원들이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7일 챌린지 미션’을 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참여자에게는 간단한 실천일지를 제공하고, 일주일 동안 실천한 내용을 교내 커뮤니티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키트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또 “우리도 완벽하게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시도하면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캠페인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환경에 관심 없는 학생도 어떻게 참여하게 할 것인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참여형 콘텐츠에 특히 신경 썼고, 결과적으로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로웨이스트는 정답이 있는 활동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덜 버리고 덜 소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학기마다 한 번씩은 캠퍼스 내에서 실천형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넘어 일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
이번 캠페인을 통해 내가 느낀 건 하나였다. 제로웨이스트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일 때 더 강력하다. ‘지구를담다’의 캠페인은 단순히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고, 직접 해보고 느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참여 학생들 다수가 캠페인 이후 텀블러 사용이나 장바구니 챙기기를 “한 번쯤 해봐야겠다”고 말한 것을 보며, 환경 실천이 사람을 바꾸는 방식은 강요가 아니라 체험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캠페인 하나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아리 학생들의 노력,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 그 하루 동안의 작지만 실질적인 실천들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
제로웨이스트가 진짜 생활 방식이 되려면, 이런 ‘작은 캠페인’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한 사람의 강한 실천보다, 백 명의 가벼운 참여가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말처럼 말이다.
환경 동아리의 움직임이 대학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넘어서, 더 넓은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변화의 한 자락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