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이 살기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30일간의 변화 기록
하루라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처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나는 이미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플라스틱은 우리가 숨 쉬듯 소비하는 일상의 기본값이다. 물을 마시고, 음식을 포장하고, 택배를 받고, 세수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그 모든 과정 속에 플라스틱이 개입돼 있다.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플라스틱 없이 지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하루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하루가 30일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 30일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은 단순한 실험이나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나의 소비 행태를 돌아보고 바꾸는 과정에서 얻은 솔직한 기록이다.
처음엔 얼마나 불편할까 두려웠지만,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더 깊은 통찰과 감정의 변화가 생겼다. 쓰레기통이 가벼워졌고, 식탁은 간결해졌으며, 소비 습관은 신중해졌다. 내가 알지 못했던 ‘필요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삶'이 이 도전을 통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도전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자, 나 자신을 위한 탐험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실패했고, 어떤 날은 예상치 못한 대안을 발견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그 모든 날이 의미 있었다는 것이다. 단 하루라도 진지하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이 물건이 꼭 플라스틱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1주 차 불편함과 좌절이 교차한 ‘충격의 시작’
도전 첫 주는 말 그대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물을 마시기 위해 생수병을 들었고, 그것이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했다. 텀블러가 있었지만, 외출 시에만 쓰는 용도였기 때문에 집에서조차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고 있다는 점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장보기를 하며 마주한 현실은 더했다. 대부분의 식재료가 플라스틱 포장으로 감싸져 있었다. 채소도 비닐에, 고기도 트레이에, 심지어 두부도 비닐 포장이다. 나는 그날 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결국 비닐 포장이 없는 소규모 마트를 찾아 몇 가지만 구입했다.
샴푸, 세제, 치약 같은 생활용품도 문제였다. 모든 용기가 플라스틱이었다. 대체품을 찾기 위해 검색을 반복했고, 고체 샴푸, 천연 수세미, 대나무 칫솔 같은 대안 제품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가격은 비쌌고, 배송 시 포장이 또 플라스틱일까 걱정돼 망설였다.
또 하나 놀라웠던 건, 플라스틱 없이 살겠다는 의지를 갖고 하루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플라스틱을 손에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도 모르게 플라스틱 포장 과자를 뜯고 있었고, 포장재를 보고서야 멈췄다. 그만큼 플라스틱은 내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고,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었다.
첫 주는 플라스틱이 없는 삶이 얼마나 불편하고, 현대 사회가 플라스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체감하는 시기였다. 동시에, 내가 너무 쉽게 편리함을 택해왔다는 자각도 함께 찾아왔다.
제로웨이스트 2~4주 차 대안의 발견과 새로운 습관의 형성
두 번째 주부터는 조금씩 대체 가능한 소비 방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장보기는 전통시장과 제로웨이스트 상점으로 바꾸었다.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야채와 과일을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었고,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는 리필 가능한 식재료와 세제류를 구매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외식이나 배달을 줄이고 직접 요리하는 빈도가 늘었다. 배달 음식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오기 때문에 사실상 완전 배제했다. 그 대신 주말마다 식단을 짜고,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보관하는 밀프렙(Meal Prep)을 실천했다. 식재료 낭비도 줄고, 음식물 쓰레기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생활용품도 하나둘 바뀌었다. 고체 샴푸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거품도 잘 나고 머릿결도 부드러워 만족스러웠다. 대나무 칫솔은 그립감이 다소 다르긴 했지만 사용에 지장은 없었고, 천연 수세미는 물때가 덜 껴서 오히려 더 위생적이었다.
플라스틱 포장 없는 카페를 찾기 위해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녔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에도 물통처럼 사용했다. 생활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을 피하려는 의식’이 자리잡았고, 그 결과 하루하루가 더 단순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제로웨이스트 결론: 플라스틱 없이 살기는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30일의 도전이 끝났을 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플라스틱 없이 사는 삶은 현실적으로 완전한 차단은 어렵지만, 현저하게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 도전의 핵심은 ‘모든 플라스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반복하며, 환경을 고려한 삶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내가 물건을 사용할 때, “이게 꼭 플라스틱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생겼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없이 살기 도전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삶을 정돈하고 선택을 신중하게 만드는 훈련이었다. 편리함만 좇았던 소비 패턴은 사라지고, ‘덜 쓰고, 더 생각하는’ 태도가 생겨났다.
앞으로도 나는 완벽하게 플라스틱을 피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의식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나의 30일 도전은 끝났지만,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단 하루라도 플라스틱을 줄여보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나의 도전은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