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상품 진짜 친환경일까 마케팅 이면을 파헤치다
최근 몇 년 사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단지 실천의 영역을 넘어 상품의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비누’, ‘제로웨이스트 칫솔’, ‘제로웨이스트 포장재’ 등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마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처럼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빠르게 이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문제는 ‘제로웨이스트’라는 이름이 실제로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묻기보다는, 친환경 이미지를 활용해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SNS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통해 유행처럼 확산되는 제품들은 그 자체로 오히려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는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게다가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환경을 위한 행동’이라는 오해는, 본래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를 최소화하자는 운동의 본질을 흐린다. 진짜 실천은 ‘덜 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시장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사고, 더 자주 교체하며, 더 윤리적으로 소비하라고 요구한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이 과연 진짜 친환경적인 선택인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마케팅의 언어 뒤에 숨은 이중성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는지를 네 가지 관점에서 고찰해본다.
포장만 바꿨을 뿐 본질은 그대로인 제품들
제로웨이스트 상품으로 판매되는 제품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내용물의 구성은 기존 제품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단지 ‘플라스틱 포장’을 제거하거나 종이 재질로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 상품’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 샴푸와 성분이 거의 동일한 샴푸바가 ‘제로웨이스트’라는 라벨을 달고 기존 제품보다 두세 배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물론 포장재를 줄인 점은 의미 있는 시도지만, 이 변화가 탄소배출, 원료 수급, 제조 공정 등 전체적인 환경 영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리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로웨이스트 제품으로 포장된 상품 중 일부는, 리필용 제품 역시 플라스틱 포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형식적인 실천에 그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심지어 무포장 제품을 사기 위해 따로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형식적 실천만 강조한 상품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잘못된 안도감을 주고, 구조적 소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진짜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필요한 것은 포장 이전에 상품의 ‘전 생애주기(Life Cycle)’를 고려하는 시선이다.
소비를 줄이는 대신 소비를 유도하는 친환경 트렌드
제로웨이스트의 핵심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이다. 이는 결국 소비를 줄이고, 이미 있는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 등장하는 제로웨이스트 상품들은 대부분 ‘새로운 제품을 사야만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를 위해 이 칫솔을 써보세요”, “당신의 지속가능한 주방을 위한 10가지 필수템”과 같은 문구는 기존 제품을 대체하라는 말이 아니라, 새롭게 구매하라는 요청에 가깝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대나무 칫솔이나 실리콘 빨대, 면 화장솜은 실제로 유용한 도구이지만, “기존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사자”는 방향은 제로웨이스트의 본질과 멀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친환경 제품 소비’가 윤리적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도구로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착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소비의 절제가 아니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포장되고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사는가보다, 무엇을 ‘사지 않아도 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는, 실천이 아닌 상품화된 정체성을 팔고 있는 셈이다.
그린워싱과 제로웨이스트의 경계 소비자의 분별력 필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실제보다 더 윤리적인 브랜드로 보이게 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환경에 민감해질수록 더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으며, 제로웨이스트 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쓴다고 광고하는 제품이 실제로는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는 재질로, 현실적인 폐기 시스템에서는 그대로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식물성 재료’를 강조하지만, 그 식물의 재배 과정에서 과도한 물 소비나 화학비료 사용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품을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는 단지 ‘패키지에 적힌 문구’에만 의존할 수 없다. 재질, 원산지, 생산 과정, 수거 방식까지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이 모든 정보를 일일이 파악하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신생 브랜드의 경우,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문구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제로웨이스트 인증’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기업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소비자는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실천이 어떤 구조 속에서 유통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진짜 제로웨이스트는 덜 사는 것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윤리를 소비하는 대신, 소비를 재정의하는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