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정치와 환경운동의 연결 제로웨이스트와 환경법의 변화

ooogj 2025. 7. 19. 22:03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개개인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텀블러 사용, 장바구니 지참, 무포장 상품 구매 같은 작은 행동들이 모여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실질적인 폐기물 감축이나 자원 순환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결국 일상의 실천은 제도와 법의 뒷받침 없이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환경운동과 정치는 분리된 영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포장재의 종류, 분리배출의 기준, 리필숍에 대한 인허가 조건, 심지어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한 외식업 환경까지 모두 ‘환경 법제도’와 정책의 결과물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확산은 각국의 환경법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EU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지침, 프랑스의 무포장 식료품 유통 확대 법안, 한국의 재활용 분리배출 고시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어떻게 정치와 환경법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실천과 제도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국내외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법이 실천을 만드는 순간들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구조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환경을 생각하기보다는, 정책과 규제에 따라 실천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21년 한국에서 시행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장바구니 지참을 일상화하게 만들었고, 카페에서의 일회용 컵 사용 제한은 텀블러 이용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이처럼 환경법은 ‘실천을 유도하는 도구’이자 ‘문화 형성의 조건’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생활 속에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한 금지와 의무만으로는 실천을 지속시키기 어렵다.

실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의 ‘보상 구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다회용기 반납 시 보증금을 돌려주는 리턴 시스템, 텀블러 지참 고객에게 제공되는 할인 혜택, 무포장 제품에 부과되는 부가세 감면 등이 그것이다.

정책이 실천을 만들 수 있는 결정적 요소는 ‘접근성’이다. 리필숍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는 실천 격차가 벌어진다. 법과 제도가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제로웨이스트는 또 다른 ‘의식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고착될 수 있다. 결국 제도 설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형평성과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제로웨이스트의 실천이 법을 바꾸는 경우 시민 목소리가 만든 입법의 역사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확산되면서, 제도와 법률도 점차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환경정책은 정부 주도형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의 참여와 요구가 입법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와 환경법의 변화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에서의 ‘무포장 판매 법안’이다. 환경단체와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제기해온 포장재 낭비 문제는 결국 의회의 논의로 이어졌고, 2022년부터 슈퍼마켓에서 일부 품목을 반드시 무포장 상태로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한국에서도 시민이 주도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예컨대 다회용 컵 보증금제, 재포장 금지법, 생활 폐기물 감축 기본계획 등은 시민단체와 커뮤니티가 제기한 문제제기와 실천 캠페인이 법제화로 이어진 사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의 변화가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와 실천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단지 ‘나 하나의 삶’에 머물지 않고, 법과 제도를 움직이는 집단적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곧 정치가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은 결국 시민 스스로가 자신의 일상에서 시작해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정책, 정치 그리고 제로웨이스트의 미래

 

앞으로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법과 제도 없이 확산되기 어렵다. 단순히 개인의 의식 변화에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 제로웨이스트가 시민 개개인의 실천에서 나아가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치적 힘과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은 실천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특히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전환기에서 폐기물 감축, 자원 재사용, 순환경제 촉진 정책은 환경법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제로웨이스트는 이제 환경법 안에서 ‘보조 개념’이 아닌 핵심 원칙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천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민의 실천은 정책의 동력을 만들고, 실천 속에서 제도의 한계를 발견하며, 정책 제안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출발점이 된다. 다시 말해, 실천과 정치는 독립된 축이 아니라 서로 밀고 당기며 진화하는 관계인 셈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실천의 목소리를 제도화하고, 제도의 관성을 실천으로 견인하는 순환이 제대로 작동할 때, 제로웨이스트는 비로소 일상의 가치를 넘어서 정치적 힘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와 쓰레기 문제의 연계를 이해하고 이를 법으로 반영하는 정치적 상상력도 요구된다. 단순한 분리배출 수준을 넘어, 생산-소비-폐기의 전 주기에 걸친 법적 감시 체계와 시민 협력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천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정치의 진정성과 법의 디테일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