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를 시도한 직장인의 일주일 루틴 공개
제로웨이스트는 대부분 ‘시간이 많은 프리랜서나 전업주부’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집단 중 하나가 바로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이다. 출근길 커피 한 잔, 점심 도시락 포장, 택배 쇼핑, 간식, 야근 중 일회용 도시락… 직장인의 일상은 쓰레기로 가득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나도 그런 루틴 속에 살던 직장인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에 망설이기만 했던 시절이 길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작은 시도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생활을 바꾸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주일 단위로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이 글은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지를 보여주는 경험 기반 루틴 기록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꾸준히 실천 가능한 구조로 만든다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이 글을 통해 증명해보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 평일 루틴 출근부터 퇴근까지 쓰레기를 줄이는 습관
월요일~금요일,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에게는 출퇴근 루틴 자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핵심이 된다. 내 하루는 아침 7시에 텀블러를 챙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사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실 일이 잦았기 때문에, 텀블러는 필수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텀블러를 가져가면 할인을 해주고, 직원들도 이제는 익숙하게 응대한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직접 싸가거나, 인근 식당에서 먹더라도 포장을 지양한다. 다만 회의나 외부 미팅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용기를 접하게 되지만, 그때는 가능한 음식물만 남기지 않기에 집중한다. 이후 사무실에서는 개인 텀블러, 스테인리스 빨대, 다회용 수저세트를 사용하고, 간식도 포장되지 않은 과일이나 견과류를 소분해 가져온다.
회사는 재택이 불가능한 구조라 매일 출근하지만, 출퇴근길 택배 수령 대신 직접 장보는 습관으로 전환했다. 퇴근길에는 장바구니를 챙겨 마트 대신 재래시장이나 무포장 가게를 이용한다. 회사 근처 리필숍은 없지만, 주말에 들를 수 있도록 동선에 포함시켜 두었다.
퇴근 후에는 일회용 물티슈 대신 면수건으로 세안하고, 고체 샴푸와 비누로 샤워한다. 모든 루틴이 불편함 없이 이어지기까지는 약 2~3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루틴이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주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함보다 루틴화가 핵심이라는 걸 이 시기에 체감했다.
제로웨이스트 주말 루틴 준비, 정리, 재사용 중심의 생활 관리
주말은 제로웨이스트 생활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다. 직장생활로 평일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환경과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주일 치 식단 계획과 장보기다. 나는 장을 볼 때 일회용 포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벌크형 제품이나 용기 내장 가게를 이용한다. 대형마트보다 가까운 전통시장이 더 효율적이고, 장바구니와 유리 용기를 챙기면 대부분 문제없이 구매할 수 있다.
식재료는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형태로 고르고, 불필요한 포장이 많은 간편식은 최대한 지양한다. 이후 주방에서는 다회용 밀폐 용기에 반찬을 담고, 면 주방타월로 음식물을 덮는다. 랩 사용은 완전히 중단했고, 실리콘 커버로 대체했다.
주말에는 리필숍에 방문해 세제나 샴푸, 세정제 등을 채워오는 것도 루틴의 일부다. 한 번 채워오면 한 달 이상 사용이 가능해 번거롭지 않으며, 오히려 브랜드마다 내용물의 품질을 비교하면서 나만의 최적 제품을 찾는 재미도 있다. 또한 주말 저녁엔 일주일간 쌓인 재활용품 분리와 분해 작업도 진행한다.
영수증은 대부분 모바일로 받고, 종이 청구서도 전자 청구서로 전환했다. 이런 디지털 전환 또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일부이며, 종이 낭비를 줄이면서 시간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일요일 밤에는 다시 텀블러, 수저세트, 장바구니 등을 챙기며 다음 주를 준비한다. 제로웨이스트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조율하는 과정임을 매주 주말마다 느낀다.
제로웨이스트 직장인의 루틴이 주는 변화와 가능성
제로웨이스트 실천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나는 일상 전반에서 많은 비가시적인 변화를 체감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쓰레기양’ 자체보다도 의식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별 고민 없이 택배를 시키고, 무심코 비닐에 싸인 음식을 구입하고, 일회용 컵을 아무렇지 않게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물건을 구매하기 전 ‘이건 나중에 어떻게 처리되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변화는 곧 소비 습관의 변화로 이어졌고, 1년 전보다 월 평균 4~5만 원 정도 소비가 줄었다. 리필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반복 구매 비용이 크게 줄었고,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게 되니 예산도 여유가 생겼다. 특히 반복되는 생활 루틴에서 ‘미리 준비된 구조’를 만들면, 실천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
물론 여전히 100% 제로웨이스트는 어렵다. 갑작스러운 회식이나 출장, 외부 미팅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포장 없는 제품을 찾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런 상황을 자책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방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직장인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다만, 그 실천은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습관의 누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 루틴은 완벽하지 않지만, 꾸준하고 반복 가능하다. 그리고 이 반복이 쌓여 어느 순간,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삶을 바꿔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