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생리컵, 천생리대 사용 후기와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의 평가

ooogj 2025. 6. 28. 07:38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영역 중 하나는 바로 생리용품이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일회용 생리대는 한 달에 수십 장씩 쓰이고, 포장지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의 ‘그 날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생리컵, 천생리대 사용 후기


처음에는 막연히 “불편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생리컵은 생소했고, 천생리대는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모든 소비에 이유를 묻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월경 기간에도 가능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 글은 생리컵과 천생리대를 모두 사용해본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비교하고,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를 평가해본 내용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월경은 반복되는 삶의 일부이고, 그 선택은 결국 지구와 나 자신을 동시에 생각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생리컵 사용 후기: 초기 진입장벽은 있지만 만족도는 높다

나는 생리컵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사용이 두려웠다. 체내 삽입이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고, 인터넷 후기마다 “처음에는 힘들다”는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직접 경험해보자고 마음먹고,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된 국산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다.
첫 사용은 꽤 긴장된 상태에서 시작됐다. 삽입 시에는 접는 방식(Fold 방식)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렸고, 넣고 나서도 “잘 들어간 게 맞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두세 번 반복해보니 익숙해졌고, 몸 안에서 이질감 없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용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한 번 삽입하면 8시간 이상 교체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특히 야외 활동이나 여행 중, 화장실을 자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유용했다. 또한 냄새가 나지 않고, 누수도 거의 없었으며, 생리통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세척은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흐르는 물에 헹군 뒤 삶거나 전용 소독기를 사용하면 충분히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매달 생리대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심리적 해방감과 경제적 이점이 동시에 따라왔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보면, 생리컵은 한번 구매 후 수년간 반복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고 쓰레기 발생이 거의 없다. 단, 개인 위생 관리와 정확한 사용법 숙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보자에게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천생리대 사용 후기: 불편함 속에서 배운 감각의 회복

생리컵과 달리 천생리대는 어릴 때부터 이름은 익숙했지만, 실제 사용은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흡수력이나 세척의 번거로움, 냄새 등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나 한 제로웨이스트 상점에서 직접 천생리대를 만져보고, 소재와 구조를 설명 들은 후 시도해보기로 결심했다.
사용해본 천생리대는 오가닉 면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고, 단추로 팬티에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피부에 닿는 감촉은 부드럽고 따뜻했고, 생각보다 밀착감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회용 생리대와 달리 끈적임이나 통기 불량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거의 없었다.
다만, 단점도 분명했다. 활동량이 많거나 양이 많은 날에는 자주 교체해야 했고, 외출 시 교체한 천생리대를 위생적으로 보관할 별도 파우치가 필요했다. 귀가 후 세척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중성세제로 손세탁한 뒤, 햇빛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몇 달간 사용해보며 익숙해졌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내 몸의 리듬과 패턴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생리의 시작과 끝, 흐름과 양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되었고, 생리일기나 컨디션 체크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천생리대는 폐기물 없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단, 세탁에 대한 부담과 사용 편의성의 한계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이 갈릴 수 있다. 생리컵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선택에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있다

생리컵과 천생리대를 모두 사용해본 결과, 나는 두 제품 모두 장단점이 명확하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생리컵은 활동성과 경제성, 위생 관리 측면에서 탁월했고, 천생리대는 자연스러움과 몸의 감각을 회복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었다. 두 제품 모두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월경 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대안임이 분명했다.
물론 일회용 생리대가 지닌 간편함과 익숙함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처음 시도할 때의 심리적 장벽, 사용과 관리에 대한 불편함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불편함이 ‘환경을 위한 실천’이라는 단어가 삶 속에서 구체화되는 순간이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그렇듯, 완벽함보다는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다. 생리컵이든 천생리대든, 한 번의 선택이 몇 년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내 몸과 환경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이제 나는 생리 기간을 ‘그저 불편한 날’이 아닌, 스스로의 몸을 존중하고 환경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나의 이 경험이 누군가의 첫 도전을 조금이라도 덜 두렵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