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도시에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아파트 환경에서 가능한 변화들

ooogj 2025. 6. 28. 21:55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은 종종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 혹은 ‘자급자족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 역시 처음에는 도시 한복판, 그것도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내 삶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바뀌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소비 행위는 도시에서 일어난다. 포장된 물건을 사고, 배달을 받고, 일회용을 무심코 버리고, 분리수거함 앞에서 고민하며 서 있는 것까지 도시에서의 작은 선택들이 결국 전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아파트는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공간이기에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도 많다. 공동 쓰레기장, 층간 소음, 공간 제약 등 도시형 주거에서만 발생하는 제약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효과적인 실천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도시에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이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아파트에서 살며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생활의 구체적인 변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도시에 산다고 해서 환경을 위한 실천이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 분리배출과 음식물 줄이기부터

아파트에서 실천 가능한 가장 기본적인 제로웨이스트는 생활 쓰레기 줄이기다. 나 역시 실천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손댄 것이 바로 분리배출 습관이었다. 기존에는 종이, 플라스틱, 일반 쓰레기를 대충 나눠 버렸지만, 제로웨이스트 실천 이후부터는 제품을 구매할 때부터 “이건 어떤 쓰레기로 분리되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플라스틱 병의 분리 배출 습관이었다. 라벨을 제거하고 병을 깨끗이 씻은 후 말려서 배출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쓰레기장이 깔끔해지고 분리수거 효율이 높아졌다. 우리 아파트는 투명페트병 전용 배출함이 따로 있어 더욱 실천이 용이했다. 또한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분리배출을 놀이처럼 교육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가족 모두의 인식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도 큰 문제였다. 냉장고 정리를 주 1회로 정하고, 식단 계획을 짜서 장을 보면 남는 식재료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소량 구매와 적절한 보관법만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3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나중에는 남은 식재료를 활용한 ‘제로웨이스트 요리 레시피’를 만들 정도로 재미도 생겼다.
아파트 생활에서는 공간 제약으로 인해 퇴비화는 어렵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제로웨이스트에 기여할 수 있다. 가끔 이웃과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식재료를 나누며, 제로웨이스트가 공동체 문화로 확장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 배달 줄이기와 무포장 장보기

도시 아파트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달 음식과 온라인 쇼핑에 의존하게 된다. 바쁜 일상, 엘리베이터 타고 나가기도 귀찮은 날엔 클릭 몇 번이면 집앞에 도착하는 물건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소비 뒤에 따라오는 플라스틱 포장재와 일회용 쓰레기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첫 변화는 배달 줄이기였다. 주말에는 미리 식단을 계획하고, 요리를 해서 냉동 보관하거나 도시락 형태로 나누어 놓았다. 이렇게 하면 평일 저녁에도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어, 배달 유혹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일회용 배달 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 가능한 ‘리유저블 배달 서비스’**가 제공되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쓰레기를 최소화했다.
쇼핑도 바꿨다. 대형 마트보다는 무포장으로 판매하는 동네 소형 매장이나 제로웨이스트 샵을 주로 이용했다. 손수 장바구니, 유리병, 밀폐 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방식은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내 생활 루틴이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는, 이런 소비 습관을 통해 진짜 필요한 것만 사고, 충동구매를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포장을 줄이는 걸 넘어서, 소비 자체를 줄이고 절제하게 되는 효과가 생겼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변화였다.

 

도시에 살아도 충분히 가능한 제로웨이스트의 지속 가능한 삶

많은 사람들은 도시에서는 제로웨이스트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쓰레기 처리도 체계화되어 있고, 공간도 좁고, 나 혼자 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아파트에서 실천해본 결과,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일상적인 수준에서 환경을 위한 실천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심은 거창한 전환이 아니라, 일상 속 선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챙기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을 조금 덜 보며, 택배 포장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선택하는 등, 모두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도시의 특성상, 정보 접근성과 커뮤니티 연결성이 좋아서 관련 실천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나는 입주민 게시판에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팁을 올렸고, 같은 라인의 이웃 한 명이 먼저 다가와 “같이 실천해보자”는 말을 건넨 적이 있다. 그때 느꼈다. 도시에서의 제로웨이스트는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연결될 수 있는 실천이라는 것을.
완벽한 실천은 어렵다. 하지만 조금 덜 버리고, 조금 더 고민하는 삶을 통해 도시 속에서도 충분히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자연 속에 사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시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