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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까지 지구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선택이 가능할까제로웨이스트 2025. 7. 4. 02:32
삶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순간도 그 철학을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지속 가능한 장례”, 다시 말해 제로웨이스트 장례 문화다.
현대의 장례는 통상적으로 매장 또는 화장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원이 소모되고 다량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관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와 금속, 수의와 플라스틱 부속품, 방부처리 화학약품, 장례식장의 일회용품들까지 고려하면 장례는 죽음 이후에도 환경에 부담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친환경 장례', '그린 버리얼(Green Burial)'이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장례 절차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을 마감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환경과 공존하고자 하는 마지막 실천이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바라본 장례 문화의 문제점, 대안적 장례 방식들, 국내외 사례, 그리고 철학적 질문까지 함께 다룬다. 죽음조차도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그 물음에 답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기존 장례 방식의 환경적 문제 제로웨이스트로 왜 바꿔야 하는가
일반적인 장례 방식은 매장과 화장 두 가지로 나뉜다. 매장은 묘지를 조성하고 시신을 땅에 묻는 방식이며, 화장은 시신을 고온에서 태워 유골로 남기는 방식이다. 이 중 매장은 토지 점유, 관 제작 자원 소비, 방부처리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해 상당한 환경 부담을 초래한다.
관의 경우, 대부분 목재와 금속, 페인트, 접착제로 제작되며 일부 고급 관은 광택 처리된 MDF 소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생분해가 어렵고, 토양에 유해물질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방부처리를 위해 사용되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약품은 토양과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
화장은 비교적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온 화력 소각 시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시신 1구를 화장하는 데 평균 약 160~200kg의 CO₂가 발생한다. 화장도 완전한 대안이 아닌 셈이다.
장례 절차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물품, 종이컵, 비닐 접시, 조화 등도 폐기물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국내 장례식장 대부분이 1회용 기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례가 끝난 후 남는 쓰레기의 양은 평균 가정의 하루 쓰레기량의 수십 배에 달한다.
이처럼 지금의 장례 문화는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는 존엄할 수 있어도, 환경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죽음 이후를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해 새로운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제로웨이스트 장례의 방식과 사례들
지속 가능한 장례를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린버리얼(Green Burial)이라고 불리는 자연장 방식이다. 이는 방부 처리나 밀폐 관 사용 없이 시신을 천연 수의에 감싸 그대로 땅에 묻는 방식으로, 자연 분해와 순환을 전제로 한다.
자연장은 이미 국내에서도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2013년 이후 시행된 ‘자연장지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공공 묘지에서는 납골묘 대신 화장 후 유골을 나무 아래에 뿌리는 ‘수목장’이 가능해졌다. 다만 시신을 그대로 묻는 방식은 국내에서 아직 법적·문화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자연장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South Downs Green Burial Ground는 관 대신 버섯 섬유로 만든 생분해성 관을 사용하고, 미국 워싱턴주는 2019년부터 시신을 퇴비화하는 ‘인간 퇴비화 장례’를 공식 허용했다.
또한, 최근에는 물로 시신을 분해하는 알카라인 하이드롤리시스(alkaline hydrolysis) 같은 대체 화장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는 전통 화장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유해물질 배출이 적어 ‘물화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소규모로는 생전 유언장을 통해 장례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의와 관을 생분해성 소재로 지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모두 삶의 마지막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하나의 선택지이자 실천이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 장례는 전통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시도다.죽음을 통해 삶의 태도를 다시 묻는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삶의 방식, 소비 습관, 죽음을 대하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철학이다.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는 단지 가족의 몫이 아닌, 삶을 마감하는 주체로서 스스로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나는 죽은 뒤에도 지구에 부담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지금 여기서 제로웨이스트를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연장이나 퇴비화 장례를 선택할 수는 없고, 제도적 기반도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먼저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용기와 실천 의지다. 작은 선택이 모여 하나의 인식 전환을 이끌고, 결국엔 문화가 바뀐다.
지속 가능한 삶은 마지막 순간에도 이어질 수 있다. 그 마지막이 ‘사라짐’이 아니라 ‘돌아감’이 되도록, 우리 스스로 죽음 이후의 책임과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보자.
제로웨이스트는 삶의 방식이자,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 태도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첫 번째 실천이 될 수 있다.'제로웨이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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