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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공동체 활동 사례제로웨이스트 2025. 7. 4. 19:48
제로웨이스트는 더 이상 개인의 실천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텀블러나 장바구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사회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그 실천은 일상의 구조로 자리 잡는다.
특히 마을, 주민자치회, 지자체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활동은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서 문화와 제도, 인프라로 제로웨이스트를 정착시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재사용 용기 수거함을 설치하거나, 무포장 마켓을 운영하거나, 자원 순환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모두 공동체 차원의 시스템 변화다.
이러한 활동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신뢰를 쌓으며, 환경을 매개로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도시화로 인해 공동체가 약해진 지금, 제로웨이스트는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실천되고 있는 지역 기반의 제로웨이스트 공동체 활동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쓰레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할까?국내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다양한 지역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 부산, 제주 등 대도시와 일부 농촌 마을에서는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기반 활동이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서울 은평구의 ‘제로마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 스스로 마을 내 자원순환 구조를 설계하고, 실제로 플라스틱 줄이기·재사용 용기 보급·무포장 장보기 캠페인을 진행한 사례다.
은평구 신사동에서는 ‘제로가게’라는 이름으로 지역 가게들과 연계해 다회용기 반납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민은 텀블러나 유리 용기를 가지고 가서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 후 세척해 반납하거나 다음 구매에 재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없던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마을 단위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을회관에서는 매주 ‘제로웨이스트 요리 교실’을 운영하고, 남은 재료를 공유하는 냉장고도 설치해 음식물 낭비를 실질적으로 줄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캠페인에서 나아가 음식물 처리 비용 절감, 마을 주민 간 교류 증가, 공동체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국내 사례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바로 ‘위에서 내려온 정책’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필요를 인식하고 기획한 점이다. 자발성과 주도성이 결합될 때 제로웨이스트는 ‘일’이 아니라 ‘문화’로 정착된다.해외 제로웨이스트 마을과 커뮤니티의 구조화된 실천
국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로웨이스트 마을 조성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는 정책과 공동체가 결합된 형태로 구조화된 실천 시스템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이다. 이 마을은 2003년부터 제로웨이스트 선언을 하고, 쓰레기 45종 분리배출, 자체 재활용센터 운영, 소각장 없는 마을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들은 배출 전에 각종 쓰레기를 종류별로 구분해 씻고 정리해 직접 센터에 가져가며, 마을 전체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공통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지역 상점과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무포장 공동체 플랫폼 ‘RE-ZERO’를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소비자에게는 다회용 포장 대여 서비스, 소상공인에게는 제로웨이스트 인증 로고 제공, 지자체에는 교육 프로그램과 인센티브 제공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체가 책임을 나누고 협력하는 구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2020년대 초부터 도시 전체가 제로웨이스트 도시를 목표로 각 구역별 ‘재사용 커뮤니티 센터’를 설치하고, 다회용기 대여·세척·회수 시스템을 공공 인프라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쓰레기 감축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순환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사례들은 정책적 뒷받침과 시민 참여가 균형 있게 이루어진 점, 그리고 ‘소비자-판매자-행정’이 삼각 협력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실천 모델 개발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제로웨이스트는 혼자 실천하는 게 아니다
제로웨이스트는 개인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분야지만, 장기적 지속성과 구조적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동체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혼자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가는 것도 의미 있지만, 마을 전체가 포장재 없는 장터를 운영한다면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구조 자체가 만들어진다. 혼자 노력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그것이 공동체 실천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또한 지역 단위의 활동은 교육, 참여, 경제 구조와 맞물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단순히 친환경을 넘어 주민 간 신뢰, 연대, 자립까지 연결되며 지역을 바꾸는 실질적 에너지가 된다.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나 혼자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삶의 구조이자 문화다. 이제 우리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상상력과 연대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역은 그 변화가 시작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까운 공간이다. 각자의 마을에서, 동네에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제로웨이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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