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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시작, 텀블러 하나가 바꾼 나의 일상
    제로웨이스트 2025. 7. 5. 05:00

    커피 한 잔이 일상이 된 시대. 바쁜 출근길, 친구와의 약속,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마다 우리는 커피를 곁에 둔다. 하지만 문득 어느 날, 책상 위에 쌓여가는 일회용 컵을 보며 질문이 들었다. “이게 하루에 몇 개나 될까?”
    이후 나는 작지만 확실한 실천을 시작했다. 텀블러 하나를 들고 다니는 것. 처음에는 번거롭고 어색했다. 주문할 때 직원에게 “여기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어색했고, 사용 후 세척도 귀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 작은 텀블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바꾸는 매개체가 되었다. 습관은 바뀌었고, 소비의 기준도 달라졌다. 동시에 ‘나 하나가 뭘 바꿀 수 있겠어’라는 생각도 서서히 바뀌었다.
    이 글은 텀블러 사용을 시작하면서 경험하게 된 일상의 변화, 카페 문화에서 나타난 친환경 흐름, 사회적 의미,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로서 내가 체감한 이야기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커피보다 진한 변화의 향기가 이 안에 담겨 있다.

     

    제로웨이스트 텀블러 하나가 바꾼 나의 일상

     

    제로웨이스트 루틴의 첫걸음은 텀블러가 만든 새로운 소비 습관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 내 일상엔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먼저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메뉴를 고르고, 아무 말 없이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으로 음료를 받아 나왔지만, 지금은 매번 “텀블러에 담아주세요”라는 말을 먼저 꺼낸다. 처음엔 이 말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당연한 말처럼 입에 붙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소비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반영하는 습관의 전환이었다. 컵 하나에도 책임을 가진다는 감각이 생기자, 음료를 더 천천히 마시게 되었고, 마시고 난 후에도 컵을 버리는 대신 세척해서 다시 가방에 넣는 루틴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텀블러를 세척해야 한다는 이유로 외부 음료 소비 횟수 자체도 줄어들었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나가는 날이 점점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하루 소비 비용도 줄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서, ‘편리함’ 중심의 소비에서 ‘의미’ 중심의 소비로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텀블러 하나로 내 소비 패턴, 일상 동선, 시간 관리까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카페 문화는 일회용 없는 매장의 등장

     

    내가 변할 때쯤, 카페 문화도 변화하고 있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장들도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텀블러 사용자는 ‘유별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할인 혜택이나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매장 차원에서 다회용 사용을 장려하는 추세다.
    스타벅스는 2021년부터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전국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등도 텀블러 사용 시 300원에서 400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소규모 카페들은 리유저블 컵 대여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도입하기도 한다.
    특히 서울, 부산, 제주를 중심으로 다회용 컵 회수 서비스인 ‘리턴잇(Return-it)’이나 ‘트래쉬버스터즈’와 협업하는 매장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가까운 반납함에 컵을 반납하면 자동 회수·세척되어 다시 사용되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소비자 인식과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매장은 일회용을 쓰지 않아 좋다”는 평가가 커피 맛 못지않게 중요해진 것이다.
    이제 카페는 음료를 파는 공간이자,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제안하고 실천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만드는 사회적 신호와 연결

     

    텀블러 하나를 들고 다니는 일은 아주 사소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선택은 일상에서 반복되며 점차 확장되고, 문화와 사회적 인식까지 바꾸는 힘으로 이어진다.
    나 혼자 텀블러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어느 날 같은 카페에서 같은 텀블러를 든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것은 하나의 연결이었다.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같은 가치를 실천하는 동료라는 느낌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그리고 이 실천은 나의 소비뿐 아니라, 기업의 정책, 브랜드 전략, 지역 커뮤니티 구성 방식까지 영향을 준다. 실제로 다회용 컵 사용률이 높아진 매장일수록 고객 만족도가 높고, 쓰레기 배출 비용도 줄어든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텀블러는 단지 음료를 담는 그릇이 아니다. 그것은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를 고민하며, 사회적 신호를 보내는 상징적인 도구가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또 수많은 일회용 컵이 버려지고 있다. 그 흐름을 바꾸기 위한 출발점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내 손에 든 텀블러 하나로 충분할 수 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그 작은 텀블러는, 변화를 일으키는 아주 단단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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