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아이와 함께하는 제로웨이스트 교육: 유아기부터 가능한 실천법

ooogj 2025. 6. 27. 21:31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자라서 살아갈 미래는 지금과 같은 환경일 수 있을까?”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빠르게 줄어드는 자원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고민 속에서 내가 찾은 답은 바로 ‘생활 속 환경교육’, 그 중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실천’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제로웨이스트 교육


많은 부모들은 유아기 환경교육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아이에게 ‘환경 보호’라는 개념을 가르치는 것은 결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시기에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제로웨이스트 습관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가족 전체의 소비 습관과 생활 철학을 바꾸는 기회가 된다. 이 글에서는 유아기부터 가능하고, 무리 없이 지속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실천부터, 아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까지 단계별로 나누어 공유할 것이다. 실천을 통해 아이는 ‘지구를 위한 선택’이 곧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가게 된다.

 

제로웨이스트 교육, 유아기에는 ‘놀이’와 ‘반복’이 핵심이다

유아기 아이들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며 배운다. 따라서 제로웨이스트 교육도 놀이처럼 접근해야 효과적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은 분리수거 놀이다. 나는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할 때 아이에게도 역할을 줬다. 플라스틱 병은 파란 통에, 종이는 노란 통에, 캔은 은색 통에 넣도록 색깔 분리함을 만들어 ‘게임’처럼 진행했다. 아이는 놀이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물건의 재질을 구별하고,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익히게 되었다.
또한 손수건 사용 가르치기도 좋은 시작이다. 외출할 때마다 물티슈 대신 아이의 손수건을 챙겨주고, 닦은 후에 빨아서 다시 사용하는 과정을 함께 반복한다.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아이도 점점 익숙해졌고, 어느 날은 먼저 “오늘은 손수건 안 챙겨?”라고 말해 스스로의 루틴으로 받아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난감 재활용하기도 제로웨이스트 교육의 좋은 기회다. 망가진 장난감을 무조건 버리는 대신,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기’ 프로젝트를 아이와 함께 해보자. 나는 아이와 함께 오래된 블록 장난감을 테이프와 풀, 종이를 이용해 다시 조립해보고, 이름도 새로 붙여주었다. 아이는 스스로 만든 장난감에 더 큰 애착을 느꼈고, “이건 내가 다시 살린 거야”라며 친구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경험’이 감정과 연결될 때, 환경교육은 아이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일상 속 실천: 가정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유아기 환경교육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가정이라는 일상 공간이 바로 최고의 교실이 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매주 한 번 ‘제로웨이스트 데이’를 정해 실천하는 날을 만들었다. 이 날에는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보자는 미션을 가족 모두가 함께 수행한다. 아이는 이 날을 "지구 지키는 날"이라 부르며 마치 축제처럼 기다린다.
가장 많이 실천한 활동은 텀블러 사용이다. 외출 시 아이의 물통을 텀블러로 대체하고, 아이가 스스로 물을 따르며 사용하는 습관을 들였다. 또한 다회용 수저 세트를 예쁘게 꾸며 아이가 애정을 갖게 했고, 외식할 때도 꼭 가져가게 했다. 이렇게 자기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면, 아이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포장 없는 마트나 제로웨이스트 상점에 함께 방문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아이에게 장바구니를 하나 쥐여주고, 직접 과일이나 곡물을 덜어보게 하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만큼만 소비한다’는 개념을 배우게 된다. 나는 아이가 무포장 견과류를 덜며 “이만큼이면 충분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
이처럼 환경 실천을 ‘지시’가 아닌 참여의 경험으로 연결할 때, 아이는 억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부모가 주도하는 방식보다, 아이가 주체가 되어 행동하는 방식이 훨씬 오래 기억되고 실천 가능성도 높다.

 

 

환경은 거창한 교육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에서 배운다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결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교과서식 교육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부모가 실천하고 아이가 따라 하며 배우는 생활 밀착형 가치 교육이다. “환경 보호는 어려워”, “아직 너무 어려서 몰라”라는 말은 이제는 구시대적인 생각일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빠르게 받아들이고, 스펀지처럼 새로운 가치를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직접 실천해본 결과, 유아기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아이는 생태 감수성과 책임감을 키우고, 부모는 소비 습관과 생활 방식을 돌아보게 된다. 이 변화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의 가치관, 감정 표현, 문제 해결 방식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깊은 교육적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도 나는 아이와 함께 ‘완벽한 환경실천’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꾸준한 시도’와 ‘실패를 허용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감각을 키워나가고 싶다.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아이가 그런 삶의 태도를 어릴 때부터 배운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환경 교육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