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한국과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문화 비교 운영 사례 중심

ooogj 2025. 6. 29. 23:43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캠페인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소비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어떤 사회에서 제로웨이스트가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제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생활 습관, 상점의 운영 철학, 시민의 인식 수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고, 소비 방식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지만 제로웨이스트 문화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나는 한국과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실제 운영 방식과 소비자 반응을 체험한 후에야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문화 비교


한국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문화 속에서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일본은 지역과 공동체 중심으로 생활 깊숙이 스며든 지속 가능한 습관이 인상 깊었다.
특히 두 나라의 실천 방식은 각국의 사회 구조와 문화적 습관, 정책 참여도에 따라 독특하게 전개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개인 중심이냐, 지역 시스템 중심이냐의 차이 속에서 각국의 특성이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어떻게 다르게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를 비교해 보려 한다.

 

한국의 제로웨이스트 운영 사례 빠른 전환, 라이프스타일 중심

한국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비교적 최근부터 본격화되었지만, 사회적 관심이 빠르게 확산된 특징을 가진다. 서울, 경기, 부산을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샵, 리필스테이션, 무포장 카페들이 생겨났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성수동의 ‘더피커’를 들 수 있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리필숍으로, 다양한 곡물류, 세제류, 건과일 등을 무포장으로 구매할 수 있다. 매장 내부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친환경 콘셉트로 꾸며져 있어, 소비자에게 ‘트렌디한 실천’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 다른 사례인 ‘알맹상점’은 서울 망원동을 기반으로 하는 리필 중심 매장이다. 이곳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 교육, 플라스틱 회수 프로그램, 지역 커뮤니티 운영까지 아우르며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대체로 개인 창업자나 소규모 팀이 운영하며, SNS와 콘텐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함과 동시에, 환경 메시지를 ‘공유’하고 ‘참여’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이는 한국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개인 실천 중심의 감성적 브랜드화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운영 사례 공동체 기반, 시스템화된 실천

 

반면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는 지역사회와 제도 중심으로 정착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의 의지보다는 공공 시스템과 마을 차원의 협력이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츠 마을은 ‘제로웨이스트 도시’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사례다.
가미카츠는 마을 전체가 45가지로 쓰레기를 분류하고, 매립이나 소각 없이 재활용과 재사용을 기본으로 생활한다. 이곳의 ‘제로웨이스트 센터’는 단순한 분리배출 장소가 아니라 지역민이 함께 교육받고, 중고품을 교환하며, 재활용품을 창작 자원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도 ‘무포장 상점’과 ‘리필 전문점’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정책적 지원이나 지자체 연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친환경 매장들은 디자인보다 운영 시스템의 일관성과 지역 연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교토의 한 제로웨이스트 카페는 지역 농가와 계약하여 계절 식자재를 무포장으로 공급받고, 남은 음식물은 퇴비화해 다시 공급처로 순환시키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도시 안에 작지만 강한 지속 가능성의 흐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일본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선택’보다는 ‘사회 전체의 흐름’이 실천을 견인하는 점이 특징이다. 생활 속에 녹아든 실천, 이것이 일본 제로웨이스트 문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운영 차이 속에서 배우는 지속 가능성

 

한국과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는 출발점도 다르고, 진화 방향도 다르다. 한국은 감각적 브랜드와 참여 중심의 실천이 강점인 반면, 일본은 시스템과 공동체 기반의 구조적 실천이 인상 깊다.
한국은 빠르게 유행을 흡수하고 변화를 실천하는 데 강하지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자발적 실천의 한계를 갖는다. 반면 일본은 실천 속도가 느리지만, 일단 정착하면 생활 문화로 자리 잡는 내구성이 강한 편이다.
두 나라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한국은 일본의 시스템적 접근에서 배울 수 있고, 일본은 한국의 창의적 참여 문화를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양국 모두 더 많은 시민 참여와 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되어야 제로웨이스트가 단발성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제로웨이스트 문화는 더 이상 소수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할 기본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떤 나라가 ‘더 잘한다’는 평가가 아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를 재설계할 수 있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한국과 일본,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결국 도착지는 같다. 더 적게 버리고, 더 깊이 고민하는 삶. 제로웨이스트는 그 여정의 이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