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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의 가치소비 제로웨이스트 속 진짜 현실은제로웨이스트 2025. 7. 10. 18:30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한 환경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지닌 세대로 평가받는다. SNS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인증하거나 리필숍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매일같이 올라오며, ‘착한 소비’는 MZ세대의 정체성과 연결된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환경, 동물복지, 공정무역, 윤리적 생산 같은 키워드는 이들에게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판단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 속 청년들은 늘 가치소비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 속에 살고 있는가? 물가 상승과 주거 불안정,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때로는 이상적 구호에 그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청년 세대의 가치소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로웨이스트 실천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고, 그 안에 감춰진 모순, 사회 구조적 제약, 그리고 심리적 피로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제로웨이스트라는 이상적인 소비문화가 실제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착한 소비를 강요받는 청년 세대가 느끼는 이중적 감정과 구조적 한계를 조명해본다.
이 글은 청년 스스로도 말하지 못한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청년 세대가 제로웨이스트에 끌리는 이유
청년 세대는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플라스틱 없는 포장,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채식 기반 식품 등은 이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사회적 발언이며, 자신이 ‘의식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SNS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제로웨이스트 챌린지’가 확산되며 또래 집단 내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브랜드 역시 이를 정확히 겨냥하여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제품군을 청년 대상 광고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양한 협업 마케팅이 성행 중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흐름이 ‘착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전이될 경우, 청년들은 소비의 자유가 아닌 새로운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가치소비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제적 현실
문제는 청년 세대가 처한 경제적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대출 없는 자립은 불가능하며, 식비와 교통비조차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소비는 종종 ‘사치’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리필이 가능한 샴푸나 천연 세제는 대형 마트 제품보다 가격이 두세 배 이상 높고, 무포장 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접근성도 낮아 이동 시간과 교통비가 추가된다. 이처럼 실천 가능한 선택지가 비용적으로 불리할 때, 가치소비는 현실과 충돌하게 된다. 청년들은 스스로 환경에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내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착한 소비는 사치”라는 생각에 좌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다회용 용기를 챙기기 위해 추가로 준비해야 할 시간과 체력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일관되지 못한 간헐적 실천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고, 청년들은 점점 ‘가치소비’라는 이름 아래 자기합리화와 죄책감 사이를 오가게 된다.
SNS 속 가치소비 콘텐츠가 만든 또 다른 압박감
SNS는 가치소비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확산시키는 강력한 매체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심리적 피로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제로웨이스트 브이로그'는 정돈된 공간, 리필숍 방문, 다회용기 사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성공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처럼 포장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은 그렇게 깔끔한 환경과 시간 여유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SNS 속 가치소비 실천은 현실과 괴리된 이상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나는 덜 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자책감을 안기게 된다. 더불어 알고리즘은 실천 중인 사람의 콘텐츠를 더욱 띄워주며,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집단적 기준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청년은 ‘보여주기 위한 가치소비’를 선택하기도 하며, 이는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소비 패턴을 확산시킨다. 결국 청년 세대가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는 때로는 사회적 시선과 자존감의 문제로 왜곡되기도 한다.
청년 세대가 진짜 원한 것은 윤리적 선택의 자유
청년들은 본질적으로 환경을 외면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가능한 만큼만 실천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사회가 이들에게 ‘모범적 가치소비자’가 될 것을 강요하면서, 현실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확산되기 위해선, 청년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 대중교통, 공공기관 등에서 일회용품을 줄이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청년들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 비도심권 청년을 위한 가격 접근성 개선과 리필 시스템의 전국 확대 역시 필요하다. 청년 세대는 윤리적 소비의 주체이자 피해자다.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비용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방식에는 지치고 있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사회에서 가능하다. 청년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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