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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 안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면제로웨이스트 2025. 7. 19. 15:36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더 이상 소수만의 실험이 아니다. 개인과 기업, 정부까지 모두가 이 키워드를 앞세우며 지속가능성을 외친다. 특히 커뮤니티 중심의 실천 운동이 확산되면서, SNS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정보와 사례를 공유하는 환경 커뮤니티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분명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실천 정보를 나누고,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일상의 불편을 감내하는 과정을 공동체 안에서 지지받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커뮤니티 안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포착된다. 바로 ‘실천의 격차’와 ‘차별적인 시선’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종이 빨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거나,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소한 사실이 커뮤니티 내에서 도덕적 낙인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얼마나 더 친환경적인가’에 따라 실천의 위계가 생기고, 그 위계가 누군가를 배제하는 도구로 전환되는 순간, 제로웨이스트는 오히려 차별적인 운동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 안에서 발생하는 실천 차별의 현실을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진정한 지속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경쟁하는 문화 누가 더 친환경적인가의 서열화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의도가 지나치게 강해질 때, 실천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열을 매기는 기준으로 변질된다.
SNS를 기반으로 한 제로웨이스트 공유 콘텐츠는 종종 ‘완벽한 실천’을 이상화한다.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양이 손바닥만 한 사람들이 박수를 받는 반면, 현실적으로 쓰레기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실천은 주목받지 못하거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시 외곽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 선택, 육아와 병행하며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선택은 커뮤니티 내부에서 “노력 부족”이나 “의식 부족”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개인의 맥락과 구조적 제약을 무시한 도덕적 편견이다.
더 나아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브랜드의 친환경 상품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실천이 불완전하다는 식의 비난이 제기되며, 심지어는 ‘진짜 실천자’와 ‘가짜 실천자’라는 구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천 서열화는 공동체의 확장성과 포용성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대한 거리감만 키운다.
경제력, 시간, 접근성의 차이로 인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격차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그 자체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는 행위다. 리필숍에 가기 위해 왕복 두 시간을 소비하고, 텀블러를 세척하며, 재사용 용기를 꾸준히 관리하는 행위는 물리적 여유와 자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양한 친환경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최신 실천 도구를 갖추며, 지속적으로 실천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는 이런 차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실천 절대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건강한 식생활을 강조하면서, 제철 유기농 식재료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특히 장애인, 저소득층, 이주민 등은 커뮤니티에서 실천 사례조차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환경 실천의 범위에서 이들의 존재가 가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천의 결과보다 그 가능성을 규정하는 ‘접근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면, 제로웨이스트는 또 다른 특권 계층의 문화로 고착될 수 있다.
포용성 없는 실천은 제로웨이스트 지속가능하지 않다
진짜 지속가능한 실천은 ‘누가 얼마나 잘했는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가를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환경 운동은 공동의 미래를 위한 실천이기에, 포용성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실천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어떤 실천이 누군가에게는 가능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제로웨이스트의 본질에 가깝다.
실천의 기준은 단 하나가 될 수 없다. 재사용 용기를 매번 씻어 쓸 수 없는 사람, 무포장 식재료를 살 수 없는 동네에 사는 사람, 공공 리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 등,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행위 자체가 존중받아야 한다.
커뮤니티는 단지 성공 사례를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불완전한 실천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실천의 결과만을 바라보는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을 시도하는 과정을 지지하는 분위기, 그것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실천 방식뿐 아니라 커뮤니티의 구조 자체에서도 출발해야 한다. 실천이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들이 겪는 제약을 논의의 중심으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포용은 ‘약한 실천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환경 운동을 모두의 것으로 확장해가는 필수 전략이다. 불완전한 실천이야말로 가장 진짜인 실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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