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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지역 사회 디자인 실현 가능한가?
    제로웨이스트 2025. 7. 20. 05:07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개인 실천을 넘어, 도시 전체의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덜 버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구조적으로 버리지 않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은 단위 주민들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검증받는다. 리필스테이션이 도보 거리에 있고,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이 잘 작동하며, 상점과 학교, 행정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도시 디자인이 가능할까?

    이러한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이미 실험 중이다. 일본 가미카츠 마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랑스 파리의 제로웨이스트 지구 등이 대표 사례다. 국내에서도 서울시와 성남시,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제로웨이스트 시범 지역’을 설계하고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제 환경 실천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도시의 기능으로 편입되어야 할 시점이다. 생활의 편리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역 사회 디자인의 핵심 과제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도시 디자인의 개념과 실제 사례를 살펴보고, 지역 사회가 지속가능한 환경 실천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가를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공간과 인프라의 재설계  쓰레기를 줄이는 도시 구조 만들기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도시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출발점은 공간과 인프라의 재설계다. 아무리 시민의 의식이 높아도, 구조적으로 실천이 어렵다면 그 의지는 금세 꺾인다. 예를 들어 무포장 상품을 사고 싶어도 주변에 리필숍이 없다면,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불가능하다.

    지역 사회가 제로웨이스트 도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리필스테이션, 다회용기 회수소, 분리배출 최적화 시스템, 무포장 매장 확대 등이 있다. 이런 시설은 시민의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 위치해야 하며, 교통·동선·주거 특성을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지역 사회 디자인

    또한 공공시설부터 친환경 리모델링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의 카페에서 다회용 컵만을 제공하고, 동 주민센터에 재사용 용기 세척 공간을 마련하거나, 학교 급식에서 포장재 없는 납품을 유도하는 등의 구체적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목적만이 아니라, 생활의 편의성과 실천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즉,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한 실천’이 아닌 ‘자연스럽게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야만 시민이 오래 참여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의 탄생  주민이 주도하는 실천 구조

     

    인프라와 공간 설계가 물리적 조건이라면, 커뮤니티는 제로웨이스트 도시를 지탱하는 사회적 에너지다. 주민이 직접 실천하고, 서로의 실천을 돕고, 실패를 공유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제로웨이스트 지역 사회’라는 말이 현실성을 가진다.

    일본 가미카츠 마을은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쓰레기 분류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45가지 항목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는 이 마을은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지만, 점차 커뮤니티 중심의 규칙과 협력 문화를 통해 시민의식을 높였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제로웨이스트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성남시 수정구 일대에서 주민들이 운영하는 다회용기 세척소, 마을형 리필 가게, 폐기물 교육 프로그램 등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요한 건 ‘누가 기획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천하고 있는가’다. 행정이 주도하되, 실천의 주체는 반드시 주민이어야 한다.

    또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소득, 나이, 이동성, 가정환경 등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다르기 때문에, 커뮤니티 안에서는 ‘완벽한 실천’보다는 ‘가능한 실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실천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의 지속성을 만든다.

     

    제로웨이스트 도시의 과제 실현 가능한 이상인가?

     

    제로웨이스트 도시 디자인은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현실화 과정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첫째는 예산과 행정 역량이다. 리필스테이션, 공공 리유즈 시스템, 지역 내 재사용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비용과 정책 설계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 지자체의 경우, 이러한 환경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있다.

    둘째는 시민 피로도와 실천 유지 문제다. 처음에는 관심과 참여가 높더라도, 실천이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보상이 적으면 참여율은 쉽게 떨어진다. 때문에 물리적 인프라와 커뮤니티 운영 외에도, 장기적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실천 포인트제, 지역화폐 연계, 보조금 지급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셋째는 기업과의 연계 부족이다. 지역 사회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유통·생산 구조에서 기업이 협력하지 않으면 무포장 유통이나 다회용 회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로웨이스트 도시 디자인에는 지역 기업, 상점, 생산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현 가능성은 ‘디자인의 완성도’보다 ‘시민이 얼마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한 제로웨이스트 도시란 복잡한 기술보다, 누구든지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단순한 구조에서 출발한다. 도시 디자인은 환경정책이 아니라 생활정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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