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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365일 정말로 삶이 달라졌을까?제로웨이스트 2025. 7. 20. 22:30
처음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을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말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포장재가 딸려오고, 외식 한 끼에도 일회용 용기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회에서 과연 쓰레기 없이 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일상에서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불필요한 소비들을 마주하면서, 지금 당장 나라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어느덧 1년을 채우게 되었다. 이 글은 그 365일 동안 내가 직접 경험한 변화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담은 후기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구조와 가치관, 일상의 리듬까지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었다. 환경을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바뀐 것은 지구만이 아니었다. 내 삶의 중심이 달라졌고, 나 자신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지금부터 그 구체적인 변화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제로웨이스트는 시작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실천이었다. 매일 마주하는 소비의 유혹, 바쁜 일상 속에서의 일회용품 편리함, 주변의 시선 등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난관을 조금씩 극복하면서 나는 내 삶의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게 되었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단순한 습관 교체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의 여러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 초반 3개월의 혼란 실천보다 불편이 먼저였던 시간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첫 3개월은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다’, ‘플라스틱 포장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편의점, 식당, 택배 등 내 삶 전체가 쓰레기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비닐 없는 제품을 찾는 데 몇 배의 시간이 걸렸고, 시장에서는 용기를 꺼내면 오히려 눈총을 받기도 했다. 리필숍을 찾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동해야 했고, 고체 샴푸나 천연 세제를 쓰기 시작했지만 사용감이 익숙하지 않아 자꾸 예전 제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특히 사람들의 시선은 큰 부담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 카페에서 텀블러를 내밀 때의 미묘한 표정, 플라스틱 포장을 거절할 때의 어색한 분위기, 모두가 무심코 쓰는 일회용 컵을 혼자 거부하는 상황에서 오는 사회적 피로감이 컸다. 더군다나 가족과 함께 살면서는 일회용 수세미나 키친타월 사용을 줄이는 것조차 의견 충돌로 이어졌다.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선택했지만, 내 생활환경은 여전히 ‘비제로’였고, 그 틈에서 오는 괴리감은 매일매일 자존감에 작은 금을 내고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6개월을 넘기면서 생긴 변화 줄어든 쓰레기 늘어난 자율성
하지만 어느 시점을 넘기자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천을 반복하면서 습관이 생겼고, 소비 패턴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가장 먼저 체감된 건 쓰레기 양이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봉투가 꽉 찼지만, 이제는 2~3주에 한 번만 버려도 될 만큼 생활 쓰레기가 줄었다.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게 되면서 청소도 쉬워졌고, 집 안이 훨씬 단순해졌다. 물건을 고를 때마다 ‘이건 포장재가 있는가’, ‘다 쓰고 나면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면서, 구매 자체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소비에 대한 태도도 변했다. 과거에는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사는 일이 많았다면, 이제는 한 가지 물건을 고르기까지 수차례 고민하고 비교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나의 자율성을 키워주었다. 광고나 유행이 아닌, 나의 가치 기준에 따라 소비하고 살아간다는 감각은 예상외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 게다가 점점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도 늘어났다. 텀블러를 챙기는 친구가 생기고, 플라스틱 없는 쇼핑 장소를 공유하면서 사회적 연결이 이전보다 깊어졌다. 제로웨이스트는 더 이상 ‘불편한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불편함 덕분에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1년이 지난 지금 삶은 분명 달라졌다
1년 전, 나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겠다고 다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가 바꾼 것은 쓰레기 양이 아니라 삶의 밀도와 방향성이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음식을 주문할 때도, 그 선택이 지닌 사회적·환경적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런 선택의 연속이 나의 삶을 구성하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다. 비록 모든 상황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때론 플라스틱 포장을 피할 수 없고, 급한 일정에는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무심하게 쓰고 버리는 일은 이제 없다. 나는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었고,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한 범위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자는 꾸준한 노력의 과정이다. 365일 동안의 실천을 통해 나는 쓰레기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곧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라는 사실을 배웠다. 앞으로의 1년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분명히 지금보다 더 나아진 내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어쩌면 지구를 위한 일보다 먼저, 나 자신을 위한 삶의 방향성을 옳게 만드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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