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이 제로웨이스트를 방해하는 이유 일회용 포장의 실체제로웨이스트 2025. 7. 21. 08:17
코로나19 이후 음식 배달과 온라인 쇼핑은 일상이 되었다. 앱 몇 번만 누르면 원하는 음식을 집 앞에서 받을 수 있고, 물건은 다음 날 배송된다. 이 같은 소비 형태는 분명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 따라오는 환경 비용은 여전히 제대로 계산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배달 시스템은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와 가장 충돌하는 영역 중 하나다. 포장 용기, 일회용 젓가락, 비닐봉지, 아이스팩, 심지어는 종이 포장 안에 또 비닐이 감겨 있는 이중 포장까지, 음식 한 끼에 평균 5개 이상의 쓰레기가 따라온다.
이러한 배달 포장재는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용기는 음식물 오염으로 인해 폐기되고, 종이 포장은 코팅 처리돼 일반 종이와는 달리 재활용 처리되지 않는다. 결국 대부분의 포장재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쓰레기 발생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배달 산업은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배달 산업의 포장 실태를 살펴보고, 왜 그것이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큰 걸림돌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음식 배달의 구조적 문제 일회용이 전제가 된 산업
배달 산업은 본질적으로 ‘일회용’ 구조 위에 설계되어 있다. 포장은 소비자에게 위생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동시에 배송 과정에서 내용물이 흐르거나 파손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 배달은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값싼 일회용 플라스틱에 의존한다.
플라스틱 포장재는 단가가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열에 강하고 방수가 잘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포장 용기가 다회용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소비자 역시 회수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재사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복합 소재 포장재다. 종이와 비닐이 결합된 코팅 용기, 플라스틱 뚜껑과 스티로폼 본체가 결합된 구조 등은 분리배출 자체가 어렵고, 실제 재활용률도 현저히 낮다. 통계에 따르면 음식 배달 포장의 80% 이상은 재활용되지 않고 바로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일부 업체는 ‘친환경 포장’을 강조하지만, 생분해 플라스틱이나 종이 포장도 특정 조건(고온, 산업용 퇴비화 시스템 등)에서만 분해 가능하며, 현실적으로는 일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처리된다. 포장을 바꾸는 것이 곧 친환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배달 서비스는 태생적으로 제로웨이스트의 방향과 어긋난다. 포장 없는 배달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고, 소비자와 업계 모두 ‘일회용이 기본’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소비자 책임인가 시스템의 한계인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에서 흔히 소비자 행동에 주목하지만, 배달 포장 문제는 개인의 실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텀블러나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려 해도, 배달 음식은 구조상 그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시도한 스타트업들이 존재했지만, 회수율 저조, 세척 비용 부담, 파손 문제 등으로 대부분 지속되지 못했다.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거나, 제한된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실험은 확장성에 한계를 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회용 배달 서비스를 쓰려면 추가 비용, 복잡한 절차, 회수 장소의 제약 등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배달을 이용할 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현실은 ‘환경은 개인이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 압박을 넘어, 시스템이 어떤 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졌는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결국 제도와 시장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소비자 인식 변화보다, 배달 산업 전반의 구조 개편에 있다. 기업과 정책이 협력해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 보증금 제도, 리턴 포인트 프로그램 등을 제도화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는 선택조차 할 수 없다.
배달과 제로웨이스트, 공존은 가능한가
현재의 배달 시스템은 제로웨이스트와 충돌하고 있지만, 완전한 대립 구조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국내외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는 다회용기 배달 시범 사업을 통해 회수 및 세척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배달 플랫폼과 연계한 보증금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법으로 다회용 포장 제공을 의무화하고, 기업이 자체 회수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기술적 혁신도 병행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경량 다회용 용기, 회수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QR 코드 부착, 자동 세척기술 도입 등은 배달과 제로웨이스트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많다. 원가 부담, 위생 기준, 소비자 반응 등이 걸림돌이며, 무엇보다 이 변화가 일부 기업의 마케팅 차원을 넘어 산업 전체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궁극적으로는 ‘배달’이라는 편리함이 환경 부담을 외주화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짜 혁신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 제로웨이스트 시대의 배달은, 포장을 혁신하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제로웨이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웨이스트 365일 정말로 삶이 달라졌을까? (0) 2025.07.20 중고 플랫폼은 대안일까? 제로웨이스트와 리셀 경제의 관계 (0) 2025.07.20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지역 사회 디자인 실현 가능한가? (0) 2025.07.20 정치와 환경운동의 연결 제로웨이스트와 환경법의 변화 (0) 2025.07.19 제로웨이스트 커뮤니티 안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면 (0)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