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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하다 보면 돈이 아껴질까? 1년 가계부로 확인해봤다제로웨이스트 2025. 7. 23. 06:48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 삶이 단순해지고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돈은 과연 아껴지는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나 역시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할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비용이었다. 친환경 제품은 대체로 가격이 비싸고, 리필숍이나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들은 일반 상점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고체 비누나 샴푸바, 대나무 칫솔, 천연 세제 등은 다소 낯설고 사용법이 번거로워 보여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선택했고, “정말 돈이 아껴지는지”를 스스로 입증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실천 첫 달부터 가계부를 항목별로 상세하게 작성하며 기존 소비와 비교해보기로 했다. 이 글은 지난 1년 동안의 소비 내역과 실생활에서 느낀 경제적 변화를 바탕으로 정리한 현실적인 후기다. 과연 제로웨이스트는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비’일 뿐만 아니라, ‘지갑도 살리는 소비 습관’일 수 있을까? 나는 단순한 이론이 아닌, 직접 살아본 365일의 데이터를 통해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제로웨이스트 초반 3개월 초기 투자비용과 불편함의 현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첫 3개월은 말 그대로 ‘투자’에 가까웠다. 기존의 일회용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회용 용품을 갖추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예를 들면 스테인리스 빨대 세트 12,000원, 고체 샴푸바 15,000원, 대나무 칫솔 5,000원, 면 생리대 30,000원, 천연 수세미 6,000원, 장바구니 겸용 장바구니 18,000원 등이다. 여기에 리필숍을 이용하기 위해 처음 구입한 유리 용기들과 여행용 틴케이스까지 포함하면 초기 비용만 약 15만 원 이상이 들었다.
이와 동시에 불편함도 컸다. 고체 제품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무포장 식품을 사기 위해 이동 거리도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고, 소비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친환경 브랜드의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평균 30~50%가량 비싸, 한 달 고정 지출이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제로웨이스트 실천 첫 달의 생필품 관련 지출은 평균보다 약 42,000원 증가했는데, 당시엔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실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기의 소비는 말 그대로 ‘기반을 다지는 투자’였다. 한 번 구입한 다회용 제품들은 몇 달간 계속 사용되었고, 소모품이 아닌 지속 사용 가능한 구조로 소비를 전환한 셈이었다.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나만의 사용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소비 패턴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 6개월차 이후 소비 절제 습관이 돈을 바꾸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무렵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충동구매의 급감이다. 포장 없는 제품을 찾기 위해 더 오래 고민하고,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리필숍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그냥 사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예쁘다는 이유로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을 물건도, 포장재 문제나 재사용 여부를 따지다 보니 결국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계부를 보며 비교해보니, 6개월차부터는 생필품 지출이 점점 줄었다. 예를 들어, 종이컵이나 물티슈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매달 1~2만 원씩 들던 비용이 사라졌고,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쓰면서 약 6개월간 5만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고체 샴푸바도 익숙해진 뒤에는 한 개로 두 달 넘게 사용하면서, 오히려 액체 샴푸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식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벌크로 판매되는 식재료 위주로 장을 보기 시작하면서 불필요한 간식이나 충동적인 외식이 줄었다. 실제로 외식비는 1년 전보다 평균 15% 이상 줄어들었고, 식재료 유통기한을 더 철저히 확인하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도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남김없이 먹기’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식비 절약 효과가 분명했다.
제로웨이스트 1년 결산 지갑도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이제 제로웨이스트 실천 1년을 마친 시점에서 나는 전체 가계부를 정리하며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초기 3개월 동안은 기존보다 다소 높은 지출이 있었지만, 6개월 이후부터는 매달 평균 4~6만 원 정도의 지출 절감 효과가 지속되었고, 연간 기준으로는 약 52만 원의 소비 절약을 기록했다. 특히 반복 소비를 줄이고, 다회용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물건 하나에 대한 애정도 커졌고, ‘필요한 만큼만 쓰자’는 의식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더 중요한 변화는 마음의 상태였다. 예전에는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물건을 쌓아놓으며 안도감을 느꼈다면, 이제는 소비를 줄이면서도 오히려 더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물건이 아니라 습관이 바뀌었고, 그 습관이 삶의 질을 바꿨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변화를 공유하고 싶어졌고, 작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쓰레기 줄이기’가 아니다. 그것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줄이고, 내 삶에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게 해주는 과정이다. 나는 이제 ‘환경을 위한 삶’이 곧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완벽한 실천은 어렵지만, 지속 가능한 선택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구와 지갑, 그리고 내 마음까지 가볍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1년의 가계부가 증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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