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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웨이스트에 실패했던 순간들 다시 일어선 방법
    제로웨이스트 2025. 7. 25. 07:13

    제로웨이스트를 처음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나름의 각오를 했다. “이번엔 절대 중도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일회용품 줄이기, 리필숍 이용하기, 포장 없는 소비하기 등 실천 항목들을 리스트로 정리하고 체크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실천보다 어려운 건 바로 ‘지속’이었고, 그 지속의 과정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결국 실패했다.

    누군가는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하게 실천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실패를 겪는다. 내 경우에도 무심코 일회용 컵을 들고 나왔다가 자책한 적이 있었고, 리필숍에 가지 못해 결국 포장 제품을 샀던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순간들을 ‘의지 부족’이라 여겨 스스로를 꾸짖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실패는 실천의 일부이며, 문제는 그 실패를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실수 없는 실천은 없다.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운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진행 과정’이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글은 제로웨이스트 실천 도중 실제로 겪었던 실패 사례들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어떻게 다시 회복하고 실천을 이어갔는지에 대한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완벽한 실천보다 중요한 건 결국 다시 돌아오는 용기였고, 그 용기를 만든 건 실패를 ‘정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처음 작심삼일, 반복된 포기, 그리고 죄책감

     

    제로웨이스트 실천 첫 주, 나는 텀블러와 장바구니, 다회용 수저세트를 매일 챙기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커피숍에서 텀블러를 내밀고, 마트에서는 용기를 꺼내며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두 번째 주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바쁜 아침, 텀블러를 깜빡했고, 점심에 급히 편의점 도시락을 사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피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은 정말 작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나는 실패했다’는 감정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후 몇 번의 작은 실수가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실천 의지를 잃기 시작했다. 고체 치약이 불편해서 다시 일반 치약을 쓰게 됐고, 장바구니를 안 챙긴 날에는 그냥 비닐봉투를 받았다. 그런 날이면 “어차피 제대로 못하니까 그냥 편하게 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실패의 진짜 문제였다. 작은 포기가 전체 실천을 무너뜨리는 도미노처럼 작용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죄책감과 자기비난이었다. “이 정도도 못 지키면 환경을 위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나?”, “SNS에서는 다들 잘만 하는 것 같던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렵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조차 용기가 필요했고, 그 용기가 부족한 날엔 실천 자체를 외면하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다시 일어선 과정은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다

     

    그러던 어느 날, 제로웨이스트 실천자 커뮤니티에서 한 문장을 보게 되었다.
    “지속 가능하려면 불완전함을 허락해야 한다.”
    그 문장은 나에게 꽂혔고, 나는 그때부터 실패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실패를 ‘끝’이 아니라 ‘쉼표’로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실천을 조정하고,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을 배워나갔다.

    우선 ‘무조건 지켜야 할 실천’이라는 강박을 버리고, 실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반드시 챙기되, 리필숍 이용이나 무포장 구매는 주말에 집중하는 식으로 동선을 현실화했다. 실천을 주간 루틴으로 정리하면서 하루하루 성공과 실패를 기록했고, 실패한 날에는 왜 실패했는지 대신 다음엔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적었다.

    또한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학습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고, 실수할 수 있으며, 중요한 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완벽한 하루보다 꾸준한 실천의 누적이 더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면서부터,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리고 실패를 오히려 콘텐츠로 만들었다. SNS나 블로그에 ‘제로웨이스트 실패 후기’를 올리고,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외의 지지를 받았다. 그렇게 나의 실패는 공감의 도구이자 실천의 연료가 되었고, 혼자라는 외로움도 줄어들었다.

    제로웨이스트 다시 일어선 방법

    지금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실천자

     

    지금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여전히 실천하고 있지만, 더 이상 완벽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때때로 텀블러를 잊고, 급하게 포장된 제품을 살 때도 있지만, 그 자체로 실천을 중단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다음 선택에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실패가 실천을 망치는 요소가 아니라, 실천을 ‘사람답게’ 만드는 요소라는 걸 안다. 오히려 그런 실패 덕분에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나의 한계도 존중하게 되었다. 실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마음속 방향만은 유지하고 있다는 감각이 나에게 힘을 준다. 예전에는 작은 실수에도 자책감이 컸지만, 지금은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해보자”는 여유가 생겼다. 이런 마음의 유연함은 제로웨이스트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만약 지금 제로웨이스트를 시도하다가 중단했거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실패한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실천을 하고 있는 거예요.”

    실패는 자연스럽고, 그 안에 배움이 있다. 실패 덕분에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제로웨이스트는 내 일상의 일부이고, 나의 불완전함을 함께 품는 삶의 태도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이 실천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걸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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