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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웨이스트 실천 후 생긴 가족 갈등 이렇게 해결했다
    제로웨이스트 2025. 7. 24. 05:59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그 변화가 나 혼자에게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다. 분리수거를 조금 더 철저히 하고, 일회용품을 덜 쓰고, 장바구니를 챙기는 수준이라면 굳이 가족들과 충돌이 생길 일도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쓰레기 줄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속한 공간과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함께 바꾸는 일이었다.

    내가 바꾸고자 한 건 나의 행동이었지만,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가족 모두의 일상에 영향을 끼쳤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회용 수세미 대신 천연 수세미를 놓았을 때, 물티슈 대신 면수건을 권했을 때,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정수기 물을 끓여 마시자고 했을 때, 가족들은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글은 내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실제로 겪은 가족 간 갈등의 상황과, 그것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율하고 해결했는지를 정리한 경험담이다. 단순한 환경 실천이 삶 전체의 가치 충돌로 이어졌을 때, 그 갈등을 피하지 않고 함께 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초기  생활의 충돌, 익숙함을 건드릴 때의 반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첫 달부터 집안의 분위기는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부엌이었다. 플라스틱 랩 대신 실리콘 커버를 쓰고, 종이 키친타월 대신 면행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쓰던 물티슈를 빼고, 직접 빨아쓰는 면수건을 주방 곳곳에 걸어두자 부모님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 번거롭고 비위생적이다”, “누가 그걸 빨아가며 쓰느냐”는 말이 돌아왔다.

    나는 처음에 이런 반응이 단지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나서서 더 적극적으로 바꾸려 했다. 세탁세제를 리필 제품으로 바꾸고, 욕실에 샴푸바와 대나무 칫솔을 놓았으며, 일회용 봉투 대신 재사용 봉투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족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내가 가져다 놓은 고체 치약을 보고 “이건 무슨 이상한 거냐”며 다시 일반 치약을 꺼내는 모습을 봤고, 어머니는 천연 수세미로는 기름때가 안 빠진다며 기존 수세미를 다시 사용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는 나에게는 ‘의식 있는 선택’이지만, 가족에게는 ‘불필요한 불편’일 수 있다는 것을. 익숙했던 방식이 바뀌면 누구든 반발하게 되고, 그것이 가족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부모 세대에게는 새롭고 낯선 방식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경을 위한 실천이라고 설명해도, 그 가치를 당장 체감하지 못하면 설득이 되지 않았다.

     

    제로웨이스트 중간 조율 강요 대신 공유, 실천의 방식을 바꾸다

     

    갈등이 계속되자 나는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실천’이 가족에게는 ‘불편한 강요’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일방적인 실천에서 공동의 동의로 가는 과정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화를 여는 것이었다. 어느 저녁,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내가 왜 제로웨이스트를 하게 되었는지”, “왜 이것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중요한 실천인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당장 모두 바꾸자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부터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물티슈 대신 면수건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병행 사용하기,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 장바구니를 사용할 때는 내가 미리 준비해놓기, 샴푸바는 내가 쓰되 가족은 그대로 두기 같은 방식이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후 생긴 가족 갈등

    또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 고체 샴푸가 액체보다 오래 쓰이고, 천연 수세미도 삶아 쓰면 더 위생적이라는 걸 직접 보여줬다. 특히 ‘환경을 위해서’라는 말보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점을 강조하자 조금씩 분위기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면 생리대가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여준다는 설명에는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가족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함께 의견을 나눈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몇 주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율을 거치자, 가족들도 내가 하는 행동을 더 이상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몇몇 습관은 자발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이 과정이 제로웨이스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지금은 함께 걷는 실천 존중과 제로웨이스트 선택의 여지를 남기다

     

    100일이 지나고 지금, 우리 가족의 생활은 여전히 완벽한 제로웨이스트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환경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버지는 출근할 때 텀블러를 챙기고, 어머니는 식재료를 살 때 불필요한 비닐을 줄이려 노력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더 꼼꼼하게 하고, 플라스틱 포장 없는 제품을 고르려는 의식도 생겼다.

    무엇보다 소중한 건, 제로웨이스트를 둘러싼 대화가 가능한 가족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불만이 쌓일 상황에서도 이제는 먼저 “이건 꼭 이렇게 바꿔야 해?”라고 물어오고, 나는 그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결정한다.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실천을 이어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무언가를 줄이는 실천’이 아니라,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환경을 위한 실천은 혼자 할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그 ‘함께’는 같은 속도일 필요는 없다.

    가족과 제로웨이스트를 함께 하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불편함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 그리고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실천이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이 아닌 연대가 생기고, 실천은 일상이 된다. 지금 우리 가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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