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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웨이스트를 하면 삶이 불편해진다 실천자의 솔직한 답변
    제로웨이스트 2025. 7. 24. 15:03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이 처음 대중에게 소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의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였다.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그 모습은 분명 멋져 보였다. 나 또한 그런 생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면 삶이 더 깔끔하고 의미 있어질 거야”라는 기대를 품고 말이다.

    하지만 실천을 시작한 후 3일, 1주, 1개월이 지나며 나는 점점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텀블러를 챙기고, 마트에서는 용기를 내장해야 하며, 무포장 제품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상은 ‘환경을 위한 실천’이라기보다, ‘삶의 편의성을 줄이는 작업’처럼 느껴졌다. 작은 행동 하나를 바꾸는 데도 에너지가 들었고, 그 에너지 소모는 생각보다 컸다.

    누구도 이런 과정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스스로 부딪히며 깨달아야 했다. 이 글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자의 입장에서, 과연 그것이 실제로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솔직한 경험담이다. 단순한 긍정의 메시지 대신, 실천하면서 겪은 불편함과 그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보려 한다. 만약 당신이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 현실적인 답변이 작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제로웨이스트는 예상보다 많은 불편함 생활 루틴이 완전히 바뀐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쓰레기 줄이기’가 아니다. 그것은 곧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모든 편리함과 결별하는 일이다. 그 사실을 처음 실감한 건, 단순히 장보기를 할 때였다. 평소처럼 대형마트에 갔지만, 무포장 채소는 거의 없었고, 비닐 없이 살 수 있는 식재료는 극히 드물었다. 마트 대신 재래시장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마저도 미리 준비한 용기를 내밀자 “이건 규정상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

    세탁세제를 바꾸려 하자 리필숍은 집 근처에 없었고, 차로 30분을 이동해야 했다. 온라인 배송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쇼핑을 택했지만, 시간과 노력이 두 배 이상 들었다. 물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재질, 성분, 포장, 지속 가능성 등을 따지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외출할 때마다 텀블러, 장바구니, 수저세트를 챙겨야 했고, 깜빡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 전엔 당연히 사용하던 물티슈, 비닐봉지, 플라스틱 포장재가 모두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점점 더 이 사회의 시스템과 충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자의 솔직한 답변

    가장 어려웠던 건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편함이었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내밀거나, 포장을 거절할 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고, 때론 점원의 표정에서 불편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일회용품 사용을 피하자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때론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됐다.

     

    제로웨이스트가 주는 불편함이 주는 전환 의식이 바뀌면서 감정도 달라진다

     

    불편함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텀블러를 챙기는 일은 처음엔 번거로웠지만, 익숙해지자 내가 하루를 의식적으로 시작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아무렇게나 시작하지 않는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자기 효능감을 주었다.

    무포장 채소를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고체 샴푸를 고르기 위해 성분을 분석하는 과정은 고되지만 그만큼 나의 소비가 좀 더 명확한 선택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이전에는 쉽게 사고 쉽게 버리던 것들이, 이제는 한 번의 구매에도 고민이 따르면서 ‘가치 중심의 소비’가 무엇인지 체득하게 되었다.

    또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자세’가 생겼다. 포장을 거절하고, 직접 준비하고, 가급적 재활용하고, 사용한 물건을 세척해 다시 쓰는 일련의 과정은 그 자체로 삶의 속도를 늦추게 만들었고,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불편함을 통과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불편함이 나를 괴롭게만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로웨이스트는 나에게 단지 환경을 위한 실천이 아니라 자기 인식의 확장을 이끄는 도구가 되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느낌을 받았다.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하지만, 불필요하진 않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느낀 것은, 불편함은 피할 수 없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불편함 덕분에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당연하게 소비해왔는지를 인식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쓰레기를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그 과정에서 바뀌는 건 우리의 사고방식, 태도, 소비 기준이다.

    나는 여전히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자가 아니다. 외출 중 텀블러를 깜빡하거나, 급한 상황에서 일회용 용기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내가 이전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 실천은 결과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100일 이상 실천하며 절감했다.

    불편함은 제로웨이스트의 일부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단점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더 의식적으로 만들고, 삶의 질서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된다.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한 삶이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 진짜 필요한 것을 걸러내는 삶이다. 그리고 그 삶은 분명히 가능하며, 생각보다 더 많은 가치를 안겨준다.

    그래서 누가 “제로웨이스트 하면 삶이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맞아요, 불편해요. 하지만 그 불편함이 나를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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