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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웨이스트 현장 취재 쓰레기장의 진짜 풍경을 마주하다
    제로웨이스트 2025. 7. 13. 14:44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이제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메시지는 대중적으로 퍼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실천을 시도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현장 취재 쓰레기장의 진짜 풍경


    하지만 우리는 이 실천이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또는 바꾸지 못하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본 적 있는가? 쓰레기를 줄이자고 말하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소각되거나 매립되는지를 모른 채 ‘착한 소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글은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한 생활폐기물 매립지를 직접 찾은 현장 취재를 기반으로, 제로웨이스트가 해결하고자 하는 쓰레기의 실체, 그리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쓰레기장 입구에서 마주한 첫 번째 풍경

     

    수도권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생활폐기물 매립지는 ‘가려진 현실’을 드러내는 장소였다. 입구에 다다르기 전부터 주변 공기에는 묘한 악취가 감돌았고, 트럭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길가에는 쓰레기가 흘러나와 도로 옆에 널려 있었다.
    매립지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정체불명의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와, 반쯤 찢어진 비닐과 종이들이 흩어진 넓은 공터였다. 그 위로는 굴착기와 쓰레기 운반 차량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 풍경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공장처럼 보였지만, 여기서 생산되는 것은 오직 '폐기물'이었다.
    현장을 관리하는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매립지에는 하루 평균 약 1,000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반입된다고 한다. 가정용 쓰레기, 상업용 폐기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플라스틱과 포장재 등이 섞인 상태로 들어온다. 이 쓰레기들은 분류되기도 전에 바로 매립되거나 일부만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분리배출된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비닐, 유리가 전혀 분리되지 않은 채 한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집에서 아무리 성실하게 분리배출을 했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그것이 ‘완벽한 분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리배출과 현실의 괴리 제로웨이스트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다

     

    현장에서 마주한 쓰레기의 현실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단순한 ‘좋은 의도’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시민이 분리배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립지에서는 상당량의 재활용 자원이 그대로 폐기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복합 재질 포장, 오염된 플라스틱, 그리고 종류를 식별하기 어려운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장지 하나가 겉면은 종이지만 안쪽은 비닐일 경우, 기계적 분류가 어려워 전체가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부 재활용 쓰레기는 외형상 정리되어 있더라도 내용물이 남아 있어 ‘오염 폐기물’로 간주된다. 플라스틱 용기에 남은 음식물이나 기름기, 종이팩의 내용물 등은 재활용 라인에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전량 폐기된다.
    관계자는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실제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양은 전체 쓰레기의 3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분리배출 = 재활용’이라는 등식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쓰레기 문제는 단지 개인의 실천에만 맡겨선 해결되지 않으며, 사회 전체의 분류 시스템, 소재 개발, 생산 단계의 책임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버려진 제품들 그 안에 담긴 소비의 흔적들

     

    매립지 한가운데를 지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전히 멀쩡해 보이는 물건들이 쌓여 있는 구역이었다. 세탁기, 소파, 전자레인지, 책상, 옷장 등은 겉보기에는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분해나 수리 없이 그대로 버려진 채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의류 폐기물 또한 어마어마했다. 특히 겨울철 두꺼운 점퍼와 의류류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판매되었을 법한 상태였다. 브랜드 택이 그대로 붙어 있는 새 제품도 눈에 띄었다. 관리인은 “요즘은 새 옷도 그냥 버려진다. 택배 반품 처리 중에 폐기되는 물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무심코 클릭한 온라인 쇼핑 한 번, 필요 이상으로 산 패션 아이템 하나가 결국 어디에 도달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쓰레기들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지나친 소비 구조가 낳은 흔적이자 자원의 낭비가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공간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단지 ‘덜 버리는’ 것이 아닌 ‘덜 사는 것’과도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현장은 생생히 말해주고 있었다.

     

    제로웨이스트로 쓰레기를 줄인다는 것 실천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매립지에서 돌아오는 길, 취재팀은 묵직한 현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텀블러를 챙긴다고 해서, 재사용 봉투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이 쓰레기산이 바로 사라질까? 대답은 ‘아니오’다.
    그러나 이 현장을 보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아니오’라는 대답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현실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실천은 더 이상 ‘나 하나쯤’의 문제가 아니며, 단지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개인의 윤리 문제도 아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생산자, 유통업자, 기업, 소비자, 정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적 변화의 출발점이다.
    현장을 방문한 이후,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물건을 고르는 것뿐 아니라 ‘애초에 물건을 사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소비를 줄이고, 선택을 줄이고, 정말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쓰레기를 직접 마주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만든 폐기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 눈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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